자유분방한 색과 선, 그리고 프레베르의 시(詩)

"미로는 인생을 사랑하고／인생은 미로를 사랑하며／삶은 사랑을 사랑한다"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Miro· 1893~1983)의 그림과 프랑스 문인 자크 프레베르(1900~1977)의 시가 어우러진 석판화 《아도니스》 연작 20점이 내년 2월 22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 걸린다. 화폭 가득 미로 특유의 자유분방한 선과 색이 넘실거리고, 미로에게 영감을 준 프레베르의 시가 때로는 단 한 줄, 때로는 여러 줄, 어떤 때는 한두 글자씩, 푸른 들판에 양귀비꽃이나 엉겅퀴꽃이 툭툭 피어나듯 그림 중간 중간에 적혀 있다. 《지옥》 연작 등 미로가 만년(1960~70년대)에 제작한 다른 대형 판화 83점도 함께 왔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모두 프랑스 매그(Maeght) 재단의 소장품이며, 아시아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매그 재단은 20세기 중반의 저명한 컬렉터 겸 화상(畵商) 에메 매그(1906~1981)가 1964년에 설립한 사립 미술관이다. 미로, 자코메티, 브라크, 레제 등 20세기 대가들의 작품을 7000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20만 명 넘게 관람객이 드는 명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시계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난 미로는 1920년대에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고 평생에 걸쳐 프레베르, 앙드레 브레통 같은 '초현실주의' 문인들과 친근하게 사귀며 시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브레통은 그를 가리켜 "초현실주의의 모자를 쓴 가장 아름다운 붓"이라고 했고, 미로는 친구의 찬사에 화답하듯 "시가 나를 회화를 뛰어넘는 곳으로 인도했다"고 했다.

'인간 미로'는 유머와 익살이 넘치는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여자와 새를 사랑했고 관습을 미워했다. 시인 프레베르는 "나는 내 입술보다 너의 입술을 더 사랑한다"고 읊었고, 화가 미로는 친구의 시에 영감을 받아 시보다 더 사랑스러운 선과 색으로 화폭을 메웠다.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관. (031)783-8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