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눈부신 감각(感覺)

〈제4보〉(40~52)=이날 아침에도 한국기원 직원들 사이엔 비상이 걸렸다. 아침 잠이 많은 박영훈을 대국 시작시간에 맞춰 입장시켜야 하기 때문. '작전'에 참가했던 한 직원의 증언이다.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아침 9시가 넘었는데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벨 소리가 큰 실내전화로 바꿔 끈덕지게 기다린 끝에 통화가 됐다. 언젠가처럼 문짝을 따고 들어가지 않아도 돼 얼마나 고마웠던지…."

40은 이 한 수였고, 이하 45까지 쌍방 최선이자 외길이다. 46으로 씌웠을 때 47이 재미있는 수. 백이 바로 50에 받는 건 과욕이다. 참고1도 26까지 멋진 사석(捨石) 전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23…▲). 12가 멋진 맥점. 이건 백이 잡고도 망하는 그림이다. 그렇다고 참고2도 1 쪽에서 막는 것은 흑이 먼저 따내는 패(覇)가 돼 백이 불만이다.

49, 51로 뿌리를 내리기까지 흑의 타개감각은 일품이었다. 서로가 이 근처에서 시간을 물쓰듯 썼다. 그렇다면 형세는? 백중하지만 흑이 약간 기분 좋아 보인다는 중론. 비로소 백은 52로 '보험금'을 요청하고 나섰다. 흑의 화약고에 불이 붙으면서 바둑은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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