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배와 배꼽

 

 

〈제5보〉(53~64)=박영훈과 창하오는 숙적관계다. 이 바둑 전까지 쌍방 3승 3패의 호각세. 전적뿐 아니라 둘 간의 승패 사이클도 눈길을 끈다. 2002년 농심배 때 처음 만나 박영훈이 먼저 3연승했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듯하던 창하오는 2006년 삼성화재배 16강전서 따낸 첫 승을 신호탄으로 올해 농심배와 후지쓰배에서 2연승, 균형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흐름을 틀어쥐기 위해서도 둘 모두에게 이 판의 의미는 매우 크다.

53, 55는 예정 코스. 하지만 백은 당장 패(覇)에 들어가지 않고 먼저 56으로 건드려 본다. 58도 최대한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뜻. 59의 반발에 백 60도 기세. 60으로 참고도처럼 바로 패에 나섰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말로 이어진다. 우변 패의 폭발력이 워낙 커 팻감을 더 키워가려는 뜻이다.

62로 뻗자 박영훈은 일단 63을 선수한다. 64는 절대지만 과연 이 교환이 꼭 이득이냐 하는 것은 불확실하다. 여기서 흑이 '가'로 설 수만 있다면 62는 과수(過手)가 된다. 백으로서도 우변 패를 흑이 빵빵 때릴 경우 손실이 너무 커 패 결행시점을 잘 잡아야 한다. 흑 '가'는 과연 성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