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바빠진 중원(中原)

〈제6보〉(65~77)=창하오와 한 살 위인 이창호 간의 국적을 초월한 우정은 꽤 유명하다. 둘이 10대였던 시절 창하오는 중요 대국 때마다 번번이 이창호에 막혀 좌절을 겪었지만 그것이 둘 사이를 갈라놓지는 못했다. 둘은 최근 중국에서 벌어졌던 제7회 춘란배 때도 만나 회포를 풀고 나란히 연승가도를 달려 함께 결승 고지를 밟았다. 우정과 승부의 갈림길에서 또 한 번 격돌할 둘의 내년 봄 결승전 결과가 주목된다.

65는 절대수. 이 수로 66은 참고1도 6까지 요석이 잡힌다. 66으로 한 방 때린 뒤 마침내 68로 칼을 뽑았다. 71로 '가'에 따내는 것은 백 71로 크게 잡는다. 그것이 68에 앞서 66을 선수한 이유이기도 했다. 73은 굴복인 듯하지만 현명한 판단. 상변에 팻감이 많긴 해도 결국엔 중앙의 부담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도 74는 옳은 방향이었다. 참고2도 1로 잡고 싶으나 중앙의 주도권은 흑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중원이 바빠지면서 '나'의 가치가 축소되고 있다. 여기서 떨어진 77이 묘한 행마. 몇 수 뒤 호착임이 입증된다. 수준 높은 공방 속에 다음 백의 응수는?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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