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 오지의 산 | 천마산

 ‘광덕은 본래 역사가 깊은 곳이니 / 명현과 효자 열녀가 계속 나네 // 계봉산 묘한 증험 천리에 이어졌으니 / 소원을 비는 사람 길 위에 가득 하네 // 수령은 집집이 맑은 우물을 먹었고 / 맵시낸 젊은 여인 두레박을 희롱하네 // 넓은 여울은 전설이 무궁한 곳이고 / 사적을 탐구하는 시인들 갔다가 다시 오네 // 덕래산 묘 뿌리 아래 세 갈래 물은 / 쉬지 않고 소리쳐 돌을 안고 흐르네 // 영곡 좋은 마을 샘 솟는 곳에 / 길손이 물 먹고 잘 쉬고 가네 // 차일봉 앞에 장수 같은 바위는 / 당당한 기상 항우 머리 같네 // 천마산중 피리소리에 / 신선 선녀가 사시로 노네’

여기서 모이재 도로를 버리고 동쪽 절개지 위 숲으로 들어 잡목과 청가시덩굴 지대를 벗어나자 솔잎과 떡갈나무 잎이 깔린 급경사다. 한 걸음에 두어 걸음 미끄럼을 탄다. 분재감처럼 생긴 소사나무들이 나타난다. 강원도의 산에 이 나무가 보이면 십중팔구 암릉의 칼등과 절벽이 있다.

소사나무, 노간주나무, 굴참나무들이 자리를 지키는 오른편은 절벽이다. 능선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경사를 더하는 칼등능선이다. 몸을 뒤튼 소나무도 뼝대를 내려다보며 기우뚱 섰다. 바위틈 낙엽 위에는 참나무류에 기생하는 식물 꼬리겨우살이 열매가 노랗게 떨어져 있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광덕리 너분 마을 8경을 이렇듯 노래하였으니 구구절절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어졌다. 이재학(블랙야크 삼척점),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과 안순란 총무는 천마산(709.9m) 산행 들날머리로 정한 동남천이 사행하는 광덕리 음지 마을 낙동제6교 앞에 승용차를 정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전봇대 꼭대기에 ‘광락로·연곡길’이정표가 달린 삼거리에서 연곡길을 따라 걷는다. 노송으로 머리를 치장하고, 기암으로 옷을 걸쳐 동남천에 걸터앉은 수리봉이 마중하고, 삿갓을 쓰고 곧추 솟은 천마산의 정수리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상전벽해다. 포장길을 걸어도 수려한 풍광에 눈이 즐거워 지루한 감이 전혀 없다. 들머리를 떠난 지 약 10분에 수리봉 석벽을 옆구리에 끼고 모퉁이를 돌아들자 오른편 천마산쪽으로 시멘트 다리가 놓여있다. 이곳이 솔개재를 거쳐 하산길로 택한 곳이니 눈여겨보아 두고 그대로 직진한다.

영곡~모이재~정상~솔개재 코스

왼편은 배거른산, 백이산의 뼝대, 오른쪽은 천마산의 뼝대, 기암들이 하늘로 솟구친 길에는 ‘광덕1리 효행마을’, ‘산채재배단지’, ‘산촌체험산림욕장’ 간판들이 띄엄띄엄 나타난다. 꿈같은 무인지경 길로 50분쯤 소요에 수아우길과 연곡길 이정표가 걸린 삼거리다. 수아우는 수암(守岩)이라 하는데, 바위들이 성벽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어 생긴 이름이고, 연곡은 선녀들이 맑은 샘에서 목욕하다가 인간에게 들켜 승천하였다고 하는 샘에 목욕을 하거나 머리를 감으면 귀신이 범접하지 않는다 하여 영곡(靈谷)이라 부르기도 한다.

삼거리에서 영곡길로 접어든다. 길가에는 억새가 하얀 손수건을 흔들고, 추색으로 물든 나뭇잎새는 한둘 낙화가 된다. 삼거리에서 영곡길을 따른 지 25분쯤에 구부정한 소나무, 엉거주춤한 2개의 장승, 영곡 마을표석, 수령길, 연곡길 이정표가 있는 영곡 마을 입구 삼거리다. 소나무 그늘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수령 마을 가는 오른쪽 길을 따라 모이재(머리재)를 향해 고도를 높인다. 대여섯 집이 있는 영곡 마을이 그림처럼 조용히 내려다뵌다.

갈지자를 쓰며 간다. 칡넝쿨로 치장한 소나무 사이로 벽암산, 백이산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30여 분 고도를 올리자 KTF중계탑이 선 모이재 삼거리다. 낯선이들의 출현에 까마귀떼가 까맣게 하늘을 난다. 저 아래에 정선군 쓰레기위생매립장이 있기 때문이다.

모이재를 뒤로한 지 1시간여에 소사나무들을 잘라 터를 잡은 삼각점(정선461. 2004 재설)과 ROKA.M.S라 쓴 시멘트 표석을 뽑아놓은 천마산 정상이다. 천마를 타고 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천마시풍(天馬時風)을 즐기는 동쪽 조망은 울퉁불퉁 배거른산과 백이산이 솟았고, 남쪽은 벽암산과 곰봉, 서쪽은 닭이봉 능선이 닭벼슬처럼 길게 솟아 동강의 풍경을 가로 막았다. 북쪽은 덕래산, 차일봉, 지르메봉, 국수봉 같은 바위산들이 줄줄이 엮였다.

하산은 북쪽 능선을 따른다. 오른쪽 발밑 낭떠러지를 조심하며 낙엽에 미끄러지지 않게 천천히 느림의 미학을 즐긴다. 급경사에는 떡갈나무들이 주종을 이루더니 경사가 완만해지니 활엽수종과 어울린 소나무가 많다. 오른쪽은 여전히 단애를 이루고 있다.

정상을 떠난 지 약 35분에 옛길로 보이는 솔개재다. 여기서 지금까지 걷던 능선을 버리고 오른편 사면으로 내려간다. 급경사인데 경사도를 잡느라 구불구불 조상들이 만든 옛길이다. 절벽이 나타나더니 길은 오른편으로 틀어 절벽을 비켜간다. 트위스트 춤을 추는 노송, 층층바위도 지난다. 짙은 숲을 빠져 내려선 밭머리의 묘를 지나 농로를 따라 시멘트다리를 건너자 솔개재를 뒤로한 지 25분 소요에 오전에 걸었던 영곡으로 이어진 도로다. 모퉁이를 돌아 무릉6교에 이른다.

산행길잡이
낙동제6교~(1시간)~수아우길·영곡길 삼거리~(25분)~영곡길·수령길 삼거리~(30분)~머리재~(1시간)~정상~(30분)~솔개재~(20분)~시멘트다리~(10분)~낙동제6교

교통
정선 시외버스터미널(033-562-9265, 563-1094)에서 남면 광탄행 왕복버스(06:10, 08:30, 16:30, 18:30) 이용, 낙동제6교에서 하차.

숙식(지역번호 033)
영곡마을 김민규 이장(033-591-2266)에게 민박 문의.


필자 프로필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40여 년간 강원도 오지 산골을 누비고 다닌 산꾼이다. 태백 한마음산악회 회원. 숲해설가.


/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태백여성산악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