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출렁이는 국세(局勢)

〈제11보〉(123~136)=지금부터의 한 수, 한 수가 승부에 직결된다. △는 선수 잽을 던진다는 기분으로 둔 수였지만 커다란 완착. 흑도 국후 123을 후회했다. "참고1도 1, 3을 선수한 뒤 5였으면 수단의 여지가 없었다"(박영훈). 상대가 124란 손해수까지 두면서 괴롭혀오자 흑은 장고 12분 만에 129로 양보한다. 이렇게 두어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129로는 참고2도의 반발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흑도 모험이다. 박영훈이 이 변화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었다. 선수를 뽑아 꼭 가고 싶은 자리가 있었던 것. 133이 그곳으로, 하수 눈엔 2집 정도로밖에 안 보이지만 역끝내기 10집을 호가하는 엄청난 자리였다(이제 흑 '가'면 백은 흑 4점을 모두 놓고 따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프로들은 자신이 선수로 둘 수 있는 곳을 역으로 당했을 때를 가장 괴로워한다. 창하오의 낯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로선 그나마 134를 선수로 둘 기회를 잡은 것이 다행. 136에 붙여 또 뭔가를 모색하고 나섰다. 승부는 이제부터건만 남은 시간은 각각 30여 분씩뿐이다. 점입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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