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천문학적 손실

〈제12보〉(137~151)=바둑은 집으로 승패를 가리는 수리(數理)적 게임이다. 기본단위는 1집이지만 프로들은 3분의 1집, 4분의 1집까지 따진다. 선, 후수와 후속수단 등 미묘한 차이를 모조리 계산하는 것. 이쯤 되면 종종 '우주'에 비유되는 바둑은 동시에 '미시(微視)'의 세계이기도 하다. "4분의 1집까지는 명확한 계산이 나오는데 그 이하는 대개 느낌으로 결정한다." 이 방면의 대가로 공인받아온 박영훈이 한 말이다.

백이 ?로 붙여온 장면. 140까지는 백의 권리다. 다음 141로 막은 수에 대해 박영훈은 훗날 엄청 후회했다. 참고1도 1로 갔어야 했다는 것. 백 2를 당하더라도 3 이하 14까지 선수로 조여 붙일 수 있다. 참고2도 백4는 패(覇)가 난다. 참고1도와 실전과는 거의 5집 차이. 소수점 이하까지 따지는 '계산의 1인자'에게 5집은 천문학적 숫자다. 기가 막혔을 만도 하다.

백도 언제든지 '가'로 붙이는 게 선수였는데 역으로 149를 선수당해 언짢아졌다. 151이 또한 기분 좋은 맥점. 잠깐 실족(失足)했던 원숭이가 잽싸게 일어나 밀림 이곳저곳을 다시 휘젓고 다니는 형국이다. 이제 초점은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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