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물관, 100년의 추억

올해는 우리나라에 근대적 박물관이 들어선 지 100년째 되는 해다. 1909년 11월 1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창경궁 양화당과 명정전, 회랑 등을 전시실로 꾸민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사진)을 대중에 개방했다. 황실에선 이미 1908년부터 불교 예술품, 고려자기 등 유물을 전국에서 수집·보관해 왔지만, 일반인들을 상대로 문을 연 것은 처음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최광식 관장은 "소장품의 체계적인 수집과 관리가 시작됐고, 공중(公衆)을 관람객으로 등장시켰다는 데서 근대박물관의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실박물관은 이후 이왕가(李王家)박물관, 이왕가미술관, 덕수궁미술관(현재 서울 정동에 있는 '덕수궁미술관'과는 다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69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편입됐다.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박물관협회는 1년 내내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5월 22~24일에는 서울 용산공원 주변의 박물관 콤플렉스 건립 방향을 주제로 '한국 박물관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11월 3일에는 세계 유수의 박물관장이 모여 '21세기 박물관의 발전 전략'을 주제로 국제포럼을 연다.

중국 국가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미국, 유럽, 러시아, 아시아의 주요 박물관장과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11월부터는 한국 박물관 100년사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다. 박물관 역사와 관련된 유물 200여 점이 전시된다. 10~11월에는 박물관 엑스포, 박물관 퀴즈대회도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유물 기증·기부 운동을 전개하고, 12월에는 한 해의 성과를 모아 '한국 박물관 100년사'를 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