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한류(韓流)를 꿈꾸며

국내 미술계에 글로벌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를 위한 체계적인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예가 지난 12월 말 사진작가인 배병우 서울예술대학 교수가 독일의 세계적인 미술전문 출판사인 하체 칸츠(Hatje Cantz)를 통해 작품집을 낸 것을 들 수 있다. 이번 출판은 하체 칸츠가 지난 2007년 배 교수에게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하체 칸츠에서 나온 배 교수의 작품집의 제목은 'Sacred Wood(성스러운 나무)'로, 하체 칸츠는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작품집을 내는 출판사다. 전 세계 주요 미술관과 큐레이터에게 작품이 노출돼 그만큼 세계적인 유통 라인에 진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배 교수도 출판 제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계 무대에 진출하려는 미술계의 움직임은 다양해지고 있다. 우선 국내 화랑들이 세계 미술계의 메카인 뉴욕에 진출해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나화랑은 작년 뉴욕에 뉴욕가나아트를 열고 배병우·사석원의 작품을 전시했다. 아라리오 뉴욕도 11월 현지에서 문을 열고 조각가 이형구와 화가 박서보의 작품을 선보였다. 박여숙 화랑은 작년 7월 상하이에 갤러리를 열고 국내 작가인 임만혁의 작품을 전시했다.

국내 갤러리 중 LVS는 작년 1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싱가포르에서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싱가포르는 베이징뿐 아니라 홍콩과 대만, 인도네시아의 미술 관계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국내 젊은 작가를 브랜드화(化)하기 위해 일종의 '인큐베이팅 작업'을 펼친 것이다.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은 작년 10월 홍콩에 현지 법인을 열고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내놓아 미술시장의 외연을 넓혔다.

LVS 갤러리의 이원주 대표는 "이제는 국내 미술계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얻기 위해 체계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야 할 때"라면서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