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일등병 대 장성(將星)

〈제1보〉(1~11)=승부란 비정하지만 매력적인 세계다. 한마디로 '신분'을 따지지 않는다. 일등병이 이겨 올라가면 장성과도 '계급장 단 채' 맞설 수 있다. 입단 4년 차 '햇병아리' 김형우가 열강의 숲을 헤치고 본선에 오르더니 추쥔(邱峻) 스위에(時越) 등 중국 최정예들마저 눕혀 일약 8강 고지를 밟았다. 오늘 상대는 세계 톱스타 중 하나인 구리. "강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자"란 표현은 진부하되 정곡을 찌르고 있다.

돌마저 백이 나왔다. 상대가 홀짝을 틀려 선택권을 갖게 된 구리는 낼름 흑돌이 담긴 통을 당겨온다. 6집 반이면 아무래도 흑 쪽의 인기가 높다. 2, 4의 양 화점에서 '일등병'다운 불굴의 투지가 느껴진다. 8까지는 피차 평범하면서도 조심스런 진행.

흑 9부터 진행속도가 뚝 떨어졌다. 9로는 반대쪽인 '가'에서 걸쳐 참고도 3까지, 자신의 진영을 키우는 게 보통. 백도 '가'로 지키지 않고 10으로 협공한다. "당신 뜻대로 해 보시오"하는 무언의 대꾸다. 하긴 김형우는 웬만하면 상대 주문을 거스르지 않는 타입으로 분류된다. 11로 양 협공, 좌상귀에서 첫 전화(戰火)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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