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특공대(特攻隊)

 

 

〈제2보〉(12~27)=중국 바둑계는 온통 구리(古力) 천하다. 지난해 한국이 10년 아성을 자랑해 오던 후지쓰배를 쟁취, 7000만 명에 달한다는 중국 팬들을 들끓게 하더니 지난 8일엔 도요타덴소배마저 정복했다. 이로써 현재 그가 보유 중인 타이틀 수는 국제대회 3개 포함 9개가 됐다. 중국리그에서도 최고승률을 올리며 소속 팀 충칭(重慶)의 우승을 이끌었다. 제동장치가 고장 난 폭주기관차를 보는 것 같다.

12에 붙이면 17까지는 예정된 정석 진행. 백도 선수를 뽑아 18을 차지했으니 불만이 없다. 22까지도 흑의 권리. 김형우는 이렇게 상대 주문대로 고분고분 따라가는 바둑을 잘 구사한다. 프로 10명이면 그중 9명은 본능적으로 반발부터 생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풍이다.

22가 놓인 상황에서 흑의 선택이 어려운 장면. 참고도 18까지도 훌륭한 한 판이다. 하지만 23이 곧바로 놓였다. 구리는 이런 곳에서 결단이 빠르다. 물론 백이 24, 26으로 상변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각오했을 것이다. 이제 초점은 좌변 백진. 어디를 폭파의 거점으로 삼을 것인가. 구리는 5분여를 숙고하더니 27의 특공대를 급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