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억4000만원 수입 '바둑 갑부' 이세돌

프로는 '돈'으로 말하는 법. 지난해 바둑계 최고의 '갑부'는 누구일까. 1인자 이세돌이 7억4000만여원을 벌어 상금랭킹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배와 삼성화재배, TV아시아선수권 등 3개 국제대회 우승상금에 명인전 등 국내수입을 보탰다. 중국리그 등 '과외 수입'은 뺀 순수한 기전상금 총액이다. 이세돌은 2005년 첫 등극 이후 통산 세 번째, 2007년에 이은 상금왕 2연패(連覇)를 기록했다.

2위는 예상을 뒤엎고 박영훈(2억7945만원)에게 돌아갔다. 3위 이창호(2억6141만원)를 1800만원가량 차로 따돌린 것. 박영훈은 GS칼텍스배 등 국내 3관왕에 오르면서 삼성화재배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창호는 전자랜드배 및 원익배 우승과 후지쓰배 준우승이 주 수입원 노릇을 했다. 바둑 상금은 패자(敗者)지급 방식이어서 새해 초 결승을 앞둔 이세돌(LG배·삼성화재배), 이창호(잉씨배·춘란배) 등의 '미래 수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세돌이 지난해 거둬들인 상금액수는 역대 연간랭킹 5위에 해당한다. 국내 바둑사상 연간 최고 수입액은 이창호가 2001년 작성한 10억1943만원. 이창호는 지금까지 역대 연간랭킹 1위부터 5위까지를 독점해 왔으나 이번에 이세돌이 5위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지난해 본인 수입(5억9900만원)보다 약 1억5000만원가량을 더 벌었다.

2008년은 특히 환율이 춤을 춘 해여서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느냐의 문제가 따른다. 한국기원은 2008년 1월을 기준해 1달러=1000원, 100엔=1000원으로 계산, 이세돌의 총 상금을 7억193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별표는 12월 31일 시점의 환율(1달러=1310원, 100엔=1460원)을 적용해 재정리한 것으로 한국기원 발표액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편 중국의 한 바둑전문 사이트는 지난 한 해 세계 톱기사들의 상금총액이 일본의 장쉬, 한국 이세돌, 일본 야마시타(山下敬吾), 중국 구리(古力) 순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장쉬가 세전(稅前) 1억1640만엔(약 16억8000만원)으로 최고소득을 올렸고 구리는 385만위안(약 7억7000만원)을 번 것으로 집계한 것. 그러나 이 사이트는 이세돌의 경우 기타수입을 모두 합산, 무려 9억4000만원으로 발표해 한국 집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10억원에 육박하는 수입은 서민들 입장에선 큰 돈이지만, 이들이 한 분야의 세계최고 스타들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부상으로 단 6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577만달러(약 75억원),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은 677만달러(약 88억원)를 각각 벌었다. 광고출연 등 부대수입까지 포함할 경우 바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액수다.

바둑이 거대 자본시장인 미국이나 유럽 무대에 본격 상륙하려면 아직도 요원한 실정.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 3국 중심으로만 제한적 흥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상금규모의 현격한 격차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런 가운데서도 3개국 유명 스타들의 연간 총수입 경쟁은 갈 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2000년대 진입 이후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등 4명에게만 허용했던 국내 상금왕 자리가 내년엔 누구에게 돌아갈지도 관심사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