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신인들

신년 벽두 국내 바둑 팬들은 전혀 새로운 얼굴의 타이틀 보유자를 만나게 됐다. 93년생 박정환 三단과 86년생 백홍석 六단이 제4기 원익배 패권을 놓고 격돌하게 된 것. 이 대회는 '원익배 십단전'이 정식 명칭이어서 어느 쪽이 우승하건 엄청난 단위 월반(?)이 이뤄질 판이다. 작년까지 3년 동안은 모두 九단들이 우승했었다.

박정환은 10일 한국기원서 벌어진 준결승서 전기 우승자이기도 한 거함 이창호를 상대로 맹공을 퍼부은 끝에 대마를 잡고 흑 불계승했다. 대표적 '이창호 키드'로 불리는 박정환은 국내 프로 235명 중 3년째 최연소 기사로 활동하면서 바둑계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아왔었다. 이번 승리로 자신의 우상이던 이창호와의 대결성적도 1승 1패로 균형을 이루게 됐다. 이벤트성 기전인 2007년 마스터즈 대회서 한 번 우승해봤지만 본격 정상노크는 이번이 처음.

파란은 11일 또 한 판의 준결승까지 이어졌다. 열세에 빠졌던 백홍석이 종반전투에서 '새카만 선배' 목진석(29)의 실착을 가차없이 응징, 역시 대마 사냥에 성공하며 흑으로 불계승한 것. 백홍석도 신예기전 한 차례 우승을 제외하면 정상에 서 본 적이 없다. 원익배에선 2007년 2회 때 준우승했으며 지난해엔 4강에 머물렀다. 백홍석은 작년 준결승서도 만났던 목진석에게 멋진 설욕과 함께 둘 간의 통산전적에서 2승 4패로 따라붙었다.

우승상금 5000만원이 걸린 박정환과 백홍석의 결승 3번기는 17일 시작된다. 둘은 지금까지 속기(速棋)로만 두 차례 맞붙어 1승씩을 주고받았다. 1월 랭킹은 백홍석이 13위, 박정환은 19위.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강동윤 등 '단골 멤버'들이 몽땅 빠진 타이틀전을 상상이나 해봤는가. 2009년 바둑계가 신선한 충격 속에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