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영화 시작부터 극장 여기저기서 여자 관객들의 꺄악꺄악 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보는 스크린의 주인공은 미끈한 할리우드 미남배우도, 꽃미남 아역스타도 아니다. 과감한 액션을 소화해내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슈퍼독 볼트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사랑하는 주인 페니와 함께 악당들을 소탕하며 살아가던 볼트는 어느 날 페니를 구하기 위해 숙소에서 벗어나 거리로 뛰쳐나가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로인해 지금껏 그가 믿고 있던 세계는 TV 시리즈물의 설정에 불과했으며, 자신은 슈퍼독이 아닌 평범한 강아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그의 곁에 거리의 고양이 미튼스, 볼트의 열혈 팬인 햄스터 라이노가 함께하면서 진짜 모험은 시작된다.
애니메이션 '볼트'의 설정은 얼핏 짐 캐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 '트루먼 쇼'(1998)와 유사하다. 모든 게 '설정'에 불과한 가상 세계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우연히 '진짜' 현실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 디즈니사는 흥미로우면서 철학적 메시지까지 담은 이 기막힌 소재를 십분 활용해 사랑스러운 동물 캐릭터들이 총출동한 액션 어드벤처물로 탈바꿈시켰다.
영화는 블록버스터를 방불케 하는 실감나는 액션으로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새하얀 털과 쫑긋 세운 분홍 귀가 인상적인 강아지가 그간 살아온 울타리를 벗어나 비둘기와 대화하고, 도둑고양이와 옥신각신하면서 친분을 쌓는다. 볼트가 진정한 영웅으로서 주인을 구출해내는 장면에 이르면 진한 감동이 물밀듯 몰려오기도 한다.
자신이 슈퍼독이라 믿었던 볼트의 흥미진진한 자아 찾기 여정이 막을 내릴 때 즈음이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라기보다 동네에서 한번쯤 봤음직한 익숙한 강아지의 모습이 슬며시 떠오른다. 여성관객이 열렬한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는 볼트만의 매력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애니메이션이 주는 재미와 감동의 새 지표를 확인하고 싶다면 월트 디즈니의 야심작 '볼트'를 놓치지 말기를. 그야말로 '강추'다.
< 이은빈 인터넷 객원기자 scblog.chosun.com/cuci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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