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디어 베일 벗은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한중일 합작 블록버스터 '적벽대전 2 - 최후의 전쟁'(이하 적벽2)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적벽 2' 13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스케일의 대작에 나름 인기몰이를 한 전편 '적벽대전 1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의 이야기를 잇는 시리즈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이날 극장을 찾은 언론, 배급 관계자들로 시사회 표가 모자라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외화 시사회임에도 티켓이 동이날 정도로 '적벽2'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재미있다.'

'적벽 2'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대입 필독서 '삼국지'를 읽은 관객이든 안 읽은 관객이든 재미있다. 감질 맛만 남긴 채 끝나버린 '적벽 1'의 아쉬움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영화는 짧고 굵은 영상으로 전편을 소개하며 준비운동을 마친 후, 시종일관 적벽대전 하나만을 향해 달려간다.

적벽대전의 꽃 '화공전'은 관객들마저 불이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특히 리얼한 불 특수효과와 CG는 할리우드 여느 액션, 전쟁 영화들 보다 스케일도 크고 그 표현도 우수하다. 삼국지의 클라이맥스인 적벽대전을 상상한 것 이상으로 스크린에 옮겨났다.

　▶'둘째, 제대로 된 전쟁영화.'

전편에서 보여준 스케일 크고 호쾌했던 전투 신은 '적벽 2'에서 제대로 된 전쟁 신으로 발전했다. 화려한 액션으로 눈을 현혹시켜 전쟁을 전투로 전락시키는 일반적인 전쟁 영화들과 다르게 전쟁의 판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표현됐다. 또한 세계 2차대전 소재의 영화에서 주로 표현된 초를 다투는 미션의 긴박함은 없지만 고대 전쟁 특유의 전략 대결은 남성 관객들을 설레게 만들 정도로 멋들어지게 그려졌다. 특히 주유의 반간계와 제갈공명이 화살 10만개를 빌리는 장면은 삼국지 팬이라면 흐뭇한 미소를 띠울 수밖에 없다.

'적벽대전'의 주인공 '공근' 주유(양조위??량차오웨이)와 '공명' 제갈량(금성무??진청우) 그리고 화려한 조연 '맹덕' 조조(장풍의)의 뛰어난 연기를 보는 맛도 즐겁다. 특히 조조의 카리스마를 살려낸 장풍의의 연기는 박수 받을 만 하다.

 

　▶'셋째, 그러나 너무 길다.'

'적벽 2'는 141분. 대서사를 그리는 전쟁 영화치고 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1편에서 모든 설명을 끝낸 상황, 본격적인 전쟁만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분명 길다. 또한 물리적 시간뿐 아니라 감각적으로도 길게 느껴진다. 특히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총애를 받는 캐릭터 주유와 소교(린즈링)에 대한 표현은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흐름을 느리게 만든다. 1편에서 별 역할이 없던 손상향(조미)의 2편에서의 대활약과 적군과의 감정 교류에 할애된 시간 역시 길다는 느낌이다. 우정과 평화를 강조하는 감독의 의도가 유독 많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넷째, 삼국연의는 잊어라.'

'적벽 2'는 나관중의 '삼국연의'가 바탕이 아니다. 역사서인 '정사 삼국지'의 바탕아래 '삼국연의'와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이 보태졌다. 따라서 우리가 알던 삼국지의 내용과 다른 점들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온전히 즐기고 싶으신 분은 읽지 마십시오.) 삼국연의에서 적벽대전의 3등 공신(1등 주유, 2등 제갈공명) '봉추' 방통이 등장하지 않는다. 방통을 기대했던 삼국지 팬에겐 아쉬움이 클 것. 또한 오나라 최고 무장인 '흥패' 감녕의 비장한 죽음은 삼국연의와 정사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 감독의 영역이다.

감독의 캐릭터에 대한 해석도 우리가 알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대의명분의 상징 '현덕' 유비는 비열하고 무능력하게 그려지고, 삼국연의에서 제갈량에 대한 질투심으로 점철된 주유는 최고의 영웅으로 표현된다. 우리가 알던 삼국연의와 다르게 표현된 몇 가지 점들이 있지만 영화를 즐기기에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다섯째, 200만 관객은 무난할 듯.'

지난해 7월 개봉한 '적벽 1'은 160만 명을 동원했다. 제작, 배급을 담당했던 쇼박스 입장에선 기대했던 만큼의 수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2편은 훨씬 더 고무적이다.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1편보다 훨씬 높다. 또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은 호쾌한 전쟁 신은 관객들을 대형 스크린 앞으로 불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설 연휴에 함께 개봉하는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주연의 '유감스러운 도시', 한국을 직접 찾아 홍보하는 톰 크루즈의 '작전명 발키리', 섹시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파 변신 '채인질링', 디즈니표 가족 코미디 '베드타임 스토리' 등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작품들보다는 우위에 서 있다.

극장가 최고 대목인 설 연휴에 '적벽 2'의 뜨거운 동남풍이 200만 명 이상에게는 불 것으로 예상된다.

　▶etc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교 캐릭터에 대한 의문점은 한번 짚어봐야 할 듯하다. 영화에서 소교는 이 전쟁의 원흉으로 그려진다. 마치 조조가 소교의 아름다움을 취하기 위해 이 거대한 전쟁을 일으킨 듯 그려진다. 국가와 영웅들의 운명을 걸고 벌이는 삼국지의 최고 전쟁 '적벽대전'의 비장미와 거대한 스케일이 소교 때문에 축소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 소교는 제갈량이 주유를 도발해 오나라가 위나라와 전쟁을 치루 게 만드는 역할만 할뿐이다.

영화에서 소교의 비중이 커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적벽대전'의 미국과 유럽 세일즈 때문이다. 한중일 3개국 관객들은 적벽대전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배경 지식이 충분해 수많은 캐릭터와 이야기, 계략 들이 넘쳐나도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 관객들에게 '적벽(Red Cliff)대전'은 낯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오리엔탈 트로이'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선 아시아권처럼 1, 2편으로 나뉘지 않고 한편으로 합쳐져 개봉될 예정인 '적벽대전'은 소교 캐릭터를 이용해 한편의 '오리엔탈 트로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헬레네 한 여인을 두고 그리스와 트로이가 벌이는 대서사시의 원전을 빌린다면 삼국지에 대한 역사적, 정치적 부연 설명 따위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단지, 소교를 가운데 두고 주유와 조조가 벌이는 트로이 전쟁일뿐이다. 아시아 대표 3개국이 모여 약 8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 서양 공략을 위해 선택한 귀여운 꼼수 정도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