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만들어 사실상 본관 역할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서울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강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 기무사 터를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으로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1986년 문을 연 이후 관람객의 접근성이 논란이 돼 왔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시대'를 맞게 됐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조성계획을 마무리하고 2012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계에서는 기무사 터에 마련되는 것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과천관보다 비중이 큰 '본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일부러 서울관이라는 이름을 강조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새로 임명되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과천관과 서울관 두 곳을 관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과천관과 서울관, 덕수궁미술관을 각각 특화해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관은 현대 미술의 세계적 흐름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꾸미게 된다. 서울관은 회화 중심에서 벗어나 뉴미디어, 퍼포먼스, 건축, 영화, 연극 등을 망라해 운영될 예정이다. 과천관은 미술작품 수집과 수장, 연구 등을 중점적으로 맡게 된다. 미술평론가 강수미씨는 "기무사 건물은 역사성을 갖고 있는 건물이기 때문에 현대미술관으로서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기무사 터에 미술관을 조성하는 것은 미술계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10대 과제 중 첫 과제"라고 말했다.

이들 과제에는 ▲미술품 기증 활성화를 위한 세제 정비 ▲국·공·사립 미술관 운영 활성화 ▲미술 전문인력 양성과 창작활동 지원 체계화 ▲미술시장 확대 및 유통 활성화 ▲미술품 감정제도 마련 ▲공공기관 건축물 미술장식 및 공공미술제도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김달진미술연구소의 김달진 소장은 "기무사 터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조성된다는 것은 올해 문화예술계에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라며 "그동안 변두리에 머물러 있던 문화예술이 핵심으로 옮겨 온다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설립되면 인근 경복궁 등 문화 유적을 포함해 인사동 화랑가까지 아우르는 문화 벨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