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아마와 프로

〈제7보〉(62~71)=구리에겐 한때 '세계최강의 아마추어'란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따라다녔었다. 힘만 믿고 우격다짐으로 두다가 종종 제풀에 무너지곤 했기 때문. 구리뿐 아니라 서능욱 김희중 조훈현 이세돌 등 역기(力棋)형 기사들이 초년병 시절 공통적으로 거쳤던 약점이다. 하지만 요즘의 구리는 조심성이 붙고 수읽기도 깊어져 '세계최강의 프로' 경지에 들어서고 있다.

백이 우하 전투서 손실을 입었어도 하변에서 수가 나면 아직 알 수 없는 형세. 하지만 이 바둑 최장고(18분)를 거친 62가 성급했다. 일단 참고1도 1로 이을 곳. 백넉 점을 내주고 11까지 넘는 게 최선이었다. 참고2도 흑 2면 3이 급소로 비슷한 결과(3으로 4는 흑 A로 백이 잡힌다). 두 그림 중 하나라면 백은 넉넉한 우세였다.

64는 기민했으나 내친 김에 참고3도 4까지 선수 처리 후 5로 넘어야 했다. 실전은 흑이 거꾸로 67, 69를 해치웠다. 참고3도와의 차이는 양선수(兩先手) 5집으로 덤 이상이 날라가 버렸다. 66에 흑이 직접 응수 않고 71로 침투한 수가 가착(佳着). 이곳 싸움이 또 급박하게 돌아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