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시간 바둑공부… 이세돌 사범이 제일 두려워"

16세 소년이 신년 벽두 야음을 틈타 기습적으로 해치운 '쿠데타'였다. 18일 끝난 제4기 원익배 십단전 결승서 백홍석(23)을 2대0으로 완봉하고 이창호(14세 우승) 이후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박정환<사진>. 19일 오전 삼성화재배 결승 대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소년은 몰려드는 축하 인사에 파묻힌 채 싱글벙글했다.

6살 때 처음 바둑돌을 잡은 지 8개월 만에 초등학교 5학년 상대를 결승서 눌러 어린이대회를 제패했고, 연구생 생활 4년 만인 중1 때 1조에 올라 5개월 만에 프로가 된 신화의 주인공이다. 14세 때 제한 기전인 마스터스대회를 제패, 서봉수의 최단 기간 우승(명인전·1년 8개월)을 2개월이나 단축한 적도 있다. 정통 기전만 따지면 서봉수·박영훈에 이은 최단 기간 우승 역대 3위 기록.

―2006년 5월 입단 이후 4년째 최연소 기사로 활동 중이다.

"앞으로 언젠가 동생뻘 후배들과 두게 되면 부담이 크리란 걸 안다. 이런 점이 이번 우승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주변 모두가 귀엽게 봐줘서 참 편하다."

―누가 가장 두려운 상대인가. 하루 일과는?

"아무래도 제일 센 이세돌 사범님이다. 2전2패 중이다. 나보다 한 살 많고 전체에서 두 번째로 어린 김승재 형도 좀 불편하다. 하루 5시간쯤 공부하며 인터넷서도 평균 2~3판씩 둔다."

―데뷔 후 106승50패(승률 67.9%)를 기록 중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판은? 외국 기사 중에선 누구와 겨뤄보고 싶은가.

"이창호 사범님과 둔 이번 원익배 준결승전을 오래 못 잊을 것 같다. 중국과 일본의 1인자인 구리, 장쉬와 두고 싶다. 그러려면 국제대회에 자주 올라가야 한다."

―이번 우승으로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한 단 낮은 四단으로 승단했다. 스스로의 기풍을 설명한다면?

"두터운 실리형쯤 될 것 같다. 포석과 끝내기를 많이 보강해야 한다. 그나마 중반전서의 수읽기로 버티는 중이다."

―별명이 있나? 취미생활은?

"어렸을 때 머리가 크다고 대두(大頭)라고 불렸다. 왕십리연구실서 함께 공부하는 박정상·최철한 형들과 친하다. 소녀시대, 원더걸스를 좋아하며 영화도 즐겨 본다. 최근 '과속스캔들'을 재미있게 봤다. 게임은 거의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