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린보이' 메달 따기는 힘들듯

'마린보이' 박태환은 북경올림픽에서 온국민의 환호 속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렇다면 영화 '마린보이'는 과연 어떤 성적을 낼까? 한마디로 메달을 따기는 어려워보인다.

　▶초반 스타트는 호조.

'마린보이'란 몸에 마약을 숨기고 바다를 헤엄쳐 배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인 마약 범죄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소재를 영화화한 '마린보이'는 기획 단계부터 많은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최근 다양한 영화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 충무로의 젊은 피 김강우 박시연의 만남, 눈빛만으로도 영화를 묵직하게 만드는 조재현의 가세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레 커졌다.

영화는 중반까지 범죄 액션 장르답게 차곡차곡 캐릭터와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한탕을 노리다 도박 빚에 쫓기는 전직수영국가대표 천수(김강우)는 한국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프로 수준의 다이버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관객을 시원한 바다로 빠트린다. 마약 조직의 냉혈한 강사장(조재현)은 완숙한 중년의 카리스마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허무한 삶에서 피어난 위험한 팜므파탈 유리(박시연)는 자연스레 갈등을 야기 시킨다.

　▶반환점을 도는 순간부터?

'마린보이'는 세련된 영상미로 할리우드의 잘 만들어진 장르 영화처럼 매끈하게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마린보이의 활약이 시작될 쯤 영화가 반전 아닌 반전으로 자기 궤도에서 벗어난다. 갑작스러운 마약반속반 김반장(이원종)의 개입으로 스토리의 축이 천수에서 강사장으로 넘어가고 그 순간부터 영화의 플롯이 엉켜버린다. 마지막을 향해 헤엄쳐가는 '마린보이'는 마치 수영시합에서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발에 쥐가 난 수영선수처럼 난감하다.

'마린보이'는 장르 영화적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윤종석 감독은 의외로 특정 장르 영화가 되지 않길 바랐다. 결국 범죄 스릴러, 액션, 멜로, 코미디가 뒤섞이면서 원하는 퓨전 장르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따라잡기라는 이중적 자세가 결국 일관성 없는 영화적 정서를 만들어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감독이 원하던 할리우드 영화야말로 장르 영화의 교과서. 중반까지 잘 구축된 스릴러 정서가 갑자기 코미디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선을 다한 선수에겐 격려의 박수를.

'마린보이'는 김강우의 영화다. 수영과 다이버를 처음 배웠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자맥질을 보여준다. 영화 뒤에 숨겨진 그의 엄청난 노력은 영화에 리얼리티로 살아난다. 또한 바다 배경의 범죄 액션 할리우드 영화 '폭풍 속으로' '블루 스톰'의 멋진 주인공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몸매와 연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마린보이'가 관객들의 환호를 받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김강우-박시연의 부풀려진 베드 신 마케팅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가 높고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 파워가 크지만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다음달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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