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주택난(難)

〈제9보〉(87~98)=김형우가 국제 본선무대를 밟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입단 이듬해인 2006년 치열한 통합예선을 뚫고 제11회 삼성화재배에 나갔다가 첫판에서 중국 위빈(兪斌)에 패배, 32강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제13회 LG배에선 예선 포함 6연승으로 일약 세계 8강 고지를 딛고 섰다. 바둑리그 영남일보 팀 감독을 맡았던 최규병 九단은 '소속 선수' 김형우를 가리켜 "날이 갈수록 기량이 발전하는 기사"라고 평가한다.

87을 기다려 88에 붙이는 것은 상용수법. 89로는 반대쪽 90에서 젖히는 수도 가능하다. 그러면 참고1도 8까지 패(覇)가 필연. 흑이 불리했다면 이 수순을 택할 수도 있었다. 앞서 있는 흑으로선 마물(魔物)이라는 패를 굳이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상대가 귀를 버리고 적절한 대가를 챙기는 사석(捨石)전법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92, 94는 부족한 '주택난'부터 해소하고 보겠다는 뜻. 96을 봉수(封手)점으로 오전 대국이 끝났다. 오후에 접어들자 구리는 예상했던 대로 97로 파고든다. 백의 약점을 추궁하는 뼈아픈 일격. 참고2도 1은 10까지 껍데기만 남는다. 고심을 거듭하던 김형우, 상대의 유일한 곤마(困馬)를 향해 98의 커다란 모자를 씌우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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