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건곤일척(乾坤一擲)

〈제10보〉(99~120)=씨줄과 날줄로 얽혀진 바둑판 위엔 무려 361개의 칸이 주인의 낙점을 기다린다. 극과 극으로 떨어져 있어도 모든 돌들의 관계는 상호 유기적이다. 전판이 한 사람의 지휘, 하나의 전략 속에 돌아가므로 전체 형세가 승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때론 국지(局地)전의 결과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단 한 방의 대마 사냥으로 다 졌던 바둑을 뒤집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바둑은 백의 비세(非勢). △는 좌변 흑 미생마 공격을 빌미로 재기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흑이 만약 참고도 1로 말뚝을 치면 4까지 노골적으로 공격해 갈 참이다. 99는 101을 내다본 수. 이렇게 되면 수수만 길 뿐이지 117까지는 외길이다. 흑으로선 행마(行馬) 교본에서나 보던 짜릿한 진행.

119로 뛰어나가자 흑은 이미 곤마(困馬)라곤 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한 체구로 변했다. 하지만 백으로선 물러날 데도 없는 상황. 혼신의 힘을 다해 120에 건너 붙여 퇴로 차단에 나선다. 하긴 흑도 쉽게 보고 거저 연결하려 했다간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건곤일척의 총공세 속에 흑 최선의 대응은 어디? (113, 116…▲, 11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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