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남루한 일상…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외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KBS 1TV 밤 1시5분

재일교포 출신 최양일 감독의 대표작이자 1990년대 일본 영화 걸작 중 한 편이다. 하드보일드라는 말에 걸맞게 시종일관 들끓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일본 이름 다다오, 한국 이름은 강충남인 주인공은 동창이 운영하는 택시 회사에서 근무를 한다. 충남의 주된 관심사는 여자를 꼬이는 것. 그런데 일본 여성은 엄마가 심하게 반대하고, 한국 여자들은 충남을 늘상 바보 취급한다. 충남이 새롭게 눈독을 들인 여자는 엄마의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필리핀 아가씨 코니. 거짓말로 환심을 산 충남은 코니와 동거를 한다. 한편, 충남의 택시 회사는 사기를 당해 야쿠자의 손에 넘어갈 지경에 이른다. 당황하는 충남에게 코니는 이별을 통보한다. 이 난관을 그는 어떻게 헤쳐갈 수 있을까.

최양일 감독의 최근작 '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인물들을 극한까지 몰고 간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수'보다 훨씬 더 유머 있고, 일본 사회의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느낄 수 있는 하드보일드 영화다. 재일교포 작가 양석일의 소설 '택시 광조곡'이 원작. 택시 기사로 일하는 재일 교포 청년, 필리핀 여성 접대부 등 일본 사회의 하층민을 들여다본다는 것도 독특한 면모가 있다. 이들은 돈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사랑에 치이고 삶에 치여 편안할 날이 없다.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는 것. 이것이 블랙 코미디 영화의 검은 유머가 된다. 원제 月はどっちに出ている. 1993년. 109분. ★★★★

우주전쟁
SBS TV 밤 1시15분

스필버그의 최근작 중 재미와 작품성이 가장 잘 조화된 영화다. 영국의 SF 작가 H G 웰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삼아 9·11 테러에 대한 각색을 시도한 점도 흥미롭다. 주인공 레이 페리어(톰 크루즈)는 항만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그는 이혼한 후 외롭게 직장과 집을 오간다. 어느 주말, 전처(미란다 오토)가 아들 로비(저스틴 채트윈)와 어린 딸 레이첼(다코타 패닝)을 맡기고 간다. 모처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만 상실된 아버지의 권리를 회복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들의 위태로운 주말은 도시 곳곳에서 강력한 번개와 함께 땅속에 잠든 다리가 셋 달린 기계가 깨어나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도시는 파괴되고, 레이는 아이들과 함께 대피를 한다. 레이는 이 과정을 통해 일시적으로 아버지의 권리를 회복한다.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살인을 하게 되는 아버지 레이의 모습은 이 영화의 철학적인 의미와 더불어 가장 논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다. 전쟁에 광분하는 아들 로비의 모습도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미국 사회의 국면을 엿보게 만드는 대목. 원제 War of the Worlds. 2005년. 116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