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유학간 아들 학비 걱정하는 조폭 아버지 외

유학간 아들 학비 걱정하는 조폭 아버지 
우아한 세계 KBS 2TV 밤 12시5분

'우아한 세계'는 조폭 중간보스를 중년의 가장이자 직장인으로 묘사하면 어떨까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40대 중년 사내 강인구(송강호)의 직업은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이다. 그는 사춘기를 지난 딸과 아내, 그리고 캐나다로 유학간 아들을 둔 가장이기도 하다. 그는 이권 다툼에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건설 사업에 뛰어들어 조직의 안과 밖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보스의 동생이자 조직의 이인자인 노상무(윤제무)의 견제가 만만치가 않다.

가정에서의 그의 일상은 갱스터의 삶과는 사뭇 다르다. 딸의 성적 문제로 담임 면담을 해야 하고,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 가기를 소망한다. 이러한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다. 선생에게 건네 준 룸살롱 티켓 덕분에 딸아이로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유학을 간 아들 학비 때문에 걱정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노상무의 견제로 인해 그는 죽을 고비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내와 딸은 처가가 있는 제주도로 떠나버리고, 노상무와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

과장님이나 부장님 대신 형님 소리를 듣는 강인구의 생활은 생업의 전쟁에 뛰어든 대한민국 가장의 일상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그가 조직의 중간 보스로서, 한 집의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우아한 세계'는 갱스터의 룰이 아니라 삶의 룰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한재림 감독은 기존의 장르 영화를 흥미롭게 변주하면서, 새로운 해석을 구현하고 있다. 송강호의 연기야말로 절대적인 요소. 2007년. 109분. ★★★☆


첩보물 새 교본 '본 시리즈' 2탄
본 슈프리머시 MBC TV 밤12시30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CIA 요원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연인 마리(프랭카 포텐테)와 함께 인도에서 숨어 지내는 중이다. 한편 CIA는 내부에 공금 횡령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지만 원인 모를 정전에 이어 제보자와 CIA 요원 모두 살해당한다. 음모에 휘말린 것을 깨달은 본은 CIA와 맹렬한 추격전을 벌인다.

과거의 행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직 첩보요원의 모습은 냉전시대의 007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허상을 폭로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결말은 본이 상대해야 하는 것이 과거의 적이 아니라, 그에게 암살 지령을 내린 국가 기관의 모습인 동시에 과거 냉혈한 암살자였던 자신의 모습과 대면해야 한다는 것. 기존 첩보영화의 장르에 질문을 던지면서도 매끈하게 사건을 끌어가는 솜씨는 2000년대 준수한 첩보영화의 교본으로 삼을 만하다. 감독 폴 그린그래스. 원제 The Bourne Supremacy. 2004년. 12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