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놈놈놈'에 영감준 서부영화의 고전 외

석양의 무법자

EBS TV  밤 10시10분

1960년대에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가 없었다면 오늘날까지 웨스턴(서부극)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었을까. '석양의 무법자'는 이 시기 최고의 걸작은 아니지만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원제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는 한국영화 '놈놈놈'에 고스란히 영감을 끼쳤다.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흥미롭다.

영화의 배경은 남북전쟁이 한창인 미국이다. 현상수배범 투코(엘리 왈라치)는 이리저리 쫓겨 다니는 신세. 한마디로 추잡스러운(The Ugly) 놈이다. 엔젤 아이스(리반 클리프)는 의뢰인의 목숨까지 앗아가며 챙길 수 있는 돈은 다 차지하는 나쁜 놈(The Bad)이다. 현상금 사냥꾼 블론디(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투코와 짜고 뒤로 돈을 챙기는, 이상한 좋은 놈(The Good)이다.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20만달러를 숨겨둔 자로 알려진 '빌 칼슨'이라는 가명의 사내. 투코와 블론디는 서로 배신을 오가면서 20만달러 추격에 나서지만 곧바로 북군의 포로로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이들이 실려 온 포로수용소의 북군 상사이기도 한 엔젤 아이스는 블론디와 투코 일행이 20만달러의 행방을 알고 있음을 눈치채고 블론디를 앞세워 부하들과 함께 묘지로 향한다.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이들은 돈을 쫓는다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 이들이 벌이는 치열한 격전은 남북전쟁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처절하기까지 하다. 원제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년. 179분. ★★★★
 

피터팬의 공식

KBS 1TV  밤 1시15분

성장영화처럼 뻔한 것도 없지만 그것처럼 마음을 끄는 영화도 드물다. '피터팬의 공식'은 열아홉살 한수의 성장담이다. 소도시에서 엄마와 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한수는 전국 체전을 앞두고 수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을 한다. 한수의 엄마는 음독자살을 시도하고 의식불명에 빠진다.

엄마가 남겨놓은 한 통의 유서에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적혀 있고, 집에 홀로 남은 한수는 무기력한 날들을 보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롭게 이사를 온 이웃집의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되고, 인근 학교 음악 선생님인 인희는 한수가 꿈꾸는 욕망의 대상이 된다. 수영을 계속 하자는 코치 선생님과 친구들, 쌓여가는 엄마의 병원비, 불편하고 낯선 아버지의 존재는 한수를 자꾸 무기력하게 만든다.

2006년 선댄스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았고, 여러 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작품이다. 한국영화로는 보기 드문 진지한 성장담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은 의미있는 데뷔작이다. 감독 조창호. 2005년. 108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