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그물을 삼키다

〈제13보〉(147~169)=대마(大馬)는 왜 쉽게 잡히지 않을까. 덩치 큰 물고기를 잡으려면 그물도 큰 것이 필요한 법. 하지만 그물이 크면 클수록 구멍 난 곳이 숨어 있을 확률도 높아진다. 거대한 덩치로 몸부림치면 웬만한 그물은 종종 못 버티고 찢어지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백에겐 현재 총공격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147로 뛰자 벌써 그물 찢기는 소리가 난다. 설상가상, 148에서 그물 한쪽을 놓쳐버렸다. 참고1도 백 1이 정수. 물론 이래도 역전은 불가능하지만 꼬리(상중앙 7점)는 포획할 수 있었다. 흑은 그물 속에서 154까지 '미끼'를 몽땅 따먹은 뒤 유유히 155로 포위망의 일부마저 덥석 삼켰다. 155로 156은 백 '가'가 급소로 백이 중앙을 차지하게 된다.

156은 위쪽 흑이라도 잡겠다는 마지막 몸부림. 흑은 그러나 161이란 결정타를 마련해놓고 있었다. 참고2도로 저항했다간 8까지 오히려 '물고기 밥'이 된다. 168까지 차단해봤지만 169로 '몸통'과 '꼬리'가 모두 살고 바둑도 끝나버렸다. 공터였던 하중앙 일대에 들어선 흑집, 대어 이빨에 찢겨나간 그물 한 뭉텅이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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