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돌풍 소멸(消滅)

〈총보〉(1~169)=역시 '오뉴월 하루 볕'의 차이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김형우는 상대의 이름에 위축된 듯 평소의 유연하던 사고력이 실종된 채 헤매다 돌을 거두었다. 초반 우하귀서 이뤄진 두 차례 바꿔치기가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 두 번째 바꿔치기서 백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순간 균형이 깨졌고, 구리는 이후 세계 톱 플레이어다운 완벽한 솜씨로 닦아냈다.

83이 놓여선 사실상 백에게 희망이 없었다. 그래도 김형우는 상변과 중앙에서 눈물겨운 추격을 펼쳤지만 이미 때가 늦어 있었다. 막판 122로 참고도 1, 3에 바로 끊어 가는 수는 어땠을까. 이것 역시 흑에게 A와 B 두 군데 탈출구가 있어 봉쇄가 불가능하다. 흑은 아예 손을 빼 4마저 차지했을 것이다.

이번 대회 '히트 상품' 김형우 돌풍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세계 8강이란 고작 스무 살의 신예로선 충분히 자랑스런 수확이다. 내일의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기도 하다. 그는 분명히 진화해 가고 있다. 중국 1인자 구리는 순풍에 돛 단 듯 또 한 고비를 넘고 4강 고지에 안착했다. (113 116…95, 114…101, 169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59분, 흑 1시간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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