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스포츠로 분류… 기존 혜택 폐지
한국기원은 프로기사회장 명의로 '2009년부터 바둑이 스포츠로 분류되면서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 우승자에 한해 병역특례가 주어진다'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기사들에게 발송했다. 잉씨배와 후지쓰배 결승 진출자에게 적용되던 기존의 혜택은 자동으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4년 주기로 열린다. 그나마 아시안게임은 2010년 광저우대회에 한해 장기(將棋) 종목의 일부로 치러진다는 것만 결정돼 있고 그 이후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올림픽 상륙은 아예 머나먼 꿈일 뿐이다. 바둑인들의 국위 선양을 통한 특례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내년으로 다가온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종목은 남녀 단체 및 혼성 페어 등 총 3개. 병역특례 기회는 남자 단체 5명, 혼성 페어 남자기사 1명 등 최다 6명에게만 돌아간다. 다음 기약이 전혀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모든 아시안게임 종목 금메달, 올림픽 금·은·동메달리스트 전원이 특례 대상인 스포츠와는 비교가 안 된다.
병역의무는 신성한 것이지만, 정부가 체육인들에게 특례를 주어온 것은 '스포츠 보국'의 가치를 높이 인정한다는 뜻이다. 2년간의 중단이 '도태'를 뜻하는 건 바둑이나 스포츠나 똑같다. 지난 10여년간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한국인의 긍지를 높여온 바둑이지만 지금껏 특례 해당자는 이창호 등 고작 5명에 불과했다.
바둑이 스포츠로 분류됐다면서 온갖 종목 운동선수들이 뛰고 있는 국군체육부대에선 바둑을 받아주지 않는다. 바둑리그 같은 대회에 군 복무 프로들을 묶는다면 훌륭한 팀 하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들도 공군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세상이다. 혜택 범위의 대폭 축소 소식에 한 젊은 프로기사는 "힘이 쪽 빠진다"고 했고, 원로기사들은 "바둑 지망생들의 대거 이탈로 이어질 경우 한국 바둑은 하루아침에 삼류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