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색다른 타협(妥協)

〈제2보〉(18~30)=어떤 승부사회라도 리더가 있기 마련. 동물의 세계에서조차 1인자를 놓고 피 튀기는 역사가 수만년째 반복돼 왔다.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를 거쳐온 한국 바둑계의 최고수 계보가 바야흐로 '이세돌 시대'로 넘어갔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삼성화재배 수성(守城)으로 그는 자신의 입지를 더욱 굳게 다졌다.

흑이 ▲로 뛰면 백 18은 당연한 수. 20은 참고도 1, 2를 먼저 교환하고 3에 잇는 게 보통 수순으로 돼 있다. 10의 호점으로 14까지의 결과는 흑의 만족이다(백이 축이 좋을 경우엔 11로 12에 붙여갈 수 있다). 백은 참고1도를 피해 20부터 두었고 24까지 색다른 형태가 나왔다. 많은 기사들이 "흑을 갖고 싶다"고 한 반면, 대국 당사자들은 "서로 해 볼 만한 타협"이란 반응이었다.

25가 절대인 데 반해 26은 어려운 곳. 참고2도 1로 씌우고 싶은데 6까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28, 29 교환 후 박영훈은 30으로 걸쳐갔다. 일단 집으로 뒤져있다고 보고 실리의 균형을 맞추려는 전략. 이세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또 다시 장고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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