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일단 휴전(休戰)

〈제5보〉(62~80)=인파이터와 아웃복서가 맞붙으면 난타전 쪽으로 갈 확률이 높다. 바둑도 마찬가지. 이세돌이 쉴 틈 안 주고 감겨오자 '점잖은' 기풍으로 유명한 박영훈도 맞받아쳐 아수라장이 계속되고 있다. 바둑판 오른쪽 절반에 다닥다닥 엉킨 돌들의 모습이 스텝 없이 한구석에서만 치고받는 복싱 난투극을 연상시킨다.

62는 당연. 69까지 숨막히는 접전 결과 흑은 우중앙이 두터워졌고 우변으로 넘은 실리도 컸다. 하지만 백도 우변을 선수로 안정해 불만 없는 결과.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을 풀어보자. 우선 63으로 참고1도 1로 뻗어 잡으러 가면 어찌될까? 그것은 8까지의 진행에서 보듯 흑의 포위망이 약해 과욕이다.

69로 참고2도 1 이하로 곧장 공격하는 변화도 궁금한데 백의 강력한 반발이 겁난다. 20까지는 하나의 예. 70은 주변의 백 세력을 믿고 던진 강수로 77까지 흑이 꼼짝없이 당했다. 함부로 반발했다가 자칫 귀를 빼앗기면 전체가 위험해지기 때문. 짭짤하게 챙긴 백, 80으로 좌상귀를 정비하고 나섰는데….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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