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믿지 마라" 욕망과 의심의 드라마

인간의 심리를 옥죄는 것만큼 땀나게 하는 것도 없다. 쫓고 쫓기는 자가 등장하는 수사물이 아님에도 오는 12일 개봉할 두 편의 영화는 각자의 '대결'로 보는 이의 입안을 바싹 마르게 한다. 한국 영화 '작전'은 주가 조작에 뛰어든 패거리들끼리의 두뇌싸움을, 아카데미 4개 부문 후보에 오른 '다우트'는 '의심'에서 비롯된 상대와의, 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작전  ★★★

주식으로 '한탕'하려는 자들의 음모와 배신

이 영화를 '타짜'의 주식판(版)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식은 화투만큼 친숙하지 않다. 둘째, 화투는 패를 바꿔 치며 남을 속이지만 주식은 그럴 수 없다. 셋째, 화투는 적(敵)이 확실하지만 주식은 적이 누군지 모른다. 그렇기에 '작전(12일 개봉)'은 증권거래를 모르는 사람이 완전히 이해하기엔 어렵다. 그러나 영화를 즐기는 데 증권 지식은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아니다. 주식으로 한탕하려는 자들의 음모와 배신을 그리고 있기에, 그들의 감정 동선만 따라가도 영화는 충분히 감상할 만 하다.

강현수(박용하)는 증권에 투자했다 신용불량자가 된다. 몇 년간 독학 끝에 이른바 '프로 개미'가 된 그는 작전주에 올라타는 방법으로 수천만원을 번다. 조폭 출신 황종구(박희순)는 자신의 작전주를 강현수가 망친 것을 알고 그를 납치한다. 그리고 600억원짜리 대형 작전에 현수를 끌어들인다.

"요즘은 뭘 만들어서 돈 버는 세상이 아니야"라는 극 초반 대사는 영화 속 인물들의 가치관을 명확히 보여준다. '뭘 만드는' 회사가 있기에 주식 거래도 할 수 있는 법. 그러나 돈벼락을 좇아 주가를 부풀려 치고 빠지는 작전세력은 애초 경제학에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도 천연덕스레 "대한민국 경제? 그거 우리가 굴리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들이 굴리는 것은 욕망이며 종착역은 파탄이다.

영화에는 하따(하한가 따라잡기), 장판지, 추격매수, 통정거래 같은 생소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첫 장편영화를 만든 이호재 감독이 실제 주식 작전세력들을 취재한 흔적은 영화 곳곳에서 확인된다. 다만 이 감독이 경험 차원에서 투자한 주식은 수익률 －94%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조연을 맡은 박희순과 증권브로커 역 김무열의 연기가 돋보인다. '독가스파' 보스에서 DGS(독가스)캐피털홀딩스 대표가 된 박희순의 연기는 '양아치'로 전락한 한국 조폭영화 주인공들을 준열히 꾸짖는다. 다만 조폭과 국회의원, 백수, 몇 천억씩 굴리는 수퍼개미 같은 극단적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산만해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