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무식한 강수(强手)

〈제8보〉(104~114)=이세돌은 지난해 폭주하는 일정을 쪼개 중국리그에도 출전, 80만위안(약 1억6000만원)을 추가로 벌었다. 과욕 때문에 몸을 혹사한다는 지적이 일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최대 걸림돌인 중국을 꺾으려면 그곳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몸은 힘들었지만 중국 바둑 파악에 큰 도움이 됐다." 1승당 10만위안, 패하면 한푼도 없는 계약조건도 그 같은 극한훈련의 일환이었을까.

104는 두 눈 마련이 시급한 지금으로선 심각한 문제수. 백의 수읽기 착오가 빚어낸 이 바둑의 패착이었다. 참고1도 1에 두었으면 17까지 A와 B를 맞봐 절묘하게 또 한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우중앙 백 6점은 아직 숨이 붙어있어 어제의 참고도와는 다르다.

참고2도는 참고1도 이후의 예상 수순. 13 다음 실전보 '가'에 손이 돌아오면 백 우세였다. 다시 실전을 보자. 105, 107로 '무식하게' 파호해 오자 백은 '나'로 갈 찬스가 사라졌다. '나' 없이는 109의 치중도 성립하지 않는다. 108로 젖혀봤지만 다시 111까지 '두 눈 불가'. 이제 백이 비벼볼 곳은 114 단수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