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에 대한 광기를 표현한 두 배우의 열연

영화 '핸드폰'은 휴대전화 분실로 인한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를 그렸다.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2007년 각종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독식했던 김한민 감독이 2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잇따른 할리우드 영화 개봉으로 혼전 양상을 보이는 2월 극장가에서 '기대되는 한국영화' 1위에 뽑혔다.

영화는 '핸드폰 분실'이라는 공감하기 쉬운 소재, 지금까지의 유쾌함을 떨쳐버린 박용우의 연기변신, '엄포스' 엄태웅의 사실상 첫 주연작이라는 점 등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벌어진 전지현 휴대전화 복제 사건과 맞물려 영화 속 설정과 실화가 접목되는 시운도 탔다.

영화는 연예기획사 매니저 오승민(엄태웅 역)이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평범한 직장인 정이규(박용우 역)가 이를 줍게 돼 벌어지는 이야기다.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핸드폰 하나지만, 이들 사이에 펼쳐지는 복수극은 처절하다. 승민이 전화기를 잃어버린 뒤, 그 속에 저장된 소속 연예인의 사적인 동영상이 노출될까봐 걱정하는 그의 시간도 처절하다.

하지만 영화 '핸드폰'의 압권은 사실상 원톱에 가까운 비중을 떠맡은 엄태웅의 연기 변신이다. 지금까지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치며 '엄포스'라는 별명을 얻었던 엄태웅은 이 영화에서는 핸드폰 분실 후 겪게 되는 상황을 절박함과 분노로 열연했다. 특히 승민(엄태웅 역)의 초조함을 표현해 내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버릇 등 캐릭터 리얼리티를 살린 영화 속 모습이 인상적이다.

맺힌 게 많아 보이는 박용우의 통화 속 섬뜩한 목소리 연기도 칭찬 받을 만하다. 과거 '혈의 누', ‘뷰티풀 선데이’등에서 보여주었던 그만의 '조용한' 카리스마는 이번 영화에서 '열혈 남아' 엄태웅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영화계에서 스릴러 장르는 전통적으로 흥행이 어렵다는 설이 있다. 영화의 미세한 완성도만으로도 대박과 쪽박 차이가 아주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핸드폰'은 잘 짜인 구성을 갖춰 일단 스릴러의 기본 요소는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사건들이 대형 마트, 도로변 등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곳에서 벌어진다는 점도 보는 이들의 공감을 얻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산만함은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승민의 아내 문제, 사채 문제 등 다소 많은 이야기를 펼치느라 마무리가 충분히 이해 되지 못한 채 끝이 난다. 사족(蛇足)이지만 PPL광고가 많은 점과 홍보사의 무책임한 마케팅에 대한 원망을 생각하다 보면 영화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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