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휴화산(休火山)

 

 

〈제11보〉(144~159)=박영훈은 11세10개월의 나이에 전국을 제패했던 경력의 보유자. 97년 초 아마10강전서 우승하며 세웠던 이 기록은 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아마대회라곤 하지만 쟁쟁한 고수들이 도처에서 할거하던 시절이어서 지금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았다. 초등학교 5년생의 전국제패는 앞으론 불가능하리란 게 바둑계의 진단.

144로 밀 경우엔 145의 끊음이 급소로 돼 있다. 이걸 당하기 싫어 참고1도 1 이하 5까지 먼저 나가 끊을 수도 있으나 역으로 6에 절단당해 10에 이르면 남는 게 없다. 148은 최대한 버틴 수. 152로도 157 자리에 한번 더 늘고 싶지만 참고2도 흑 8의 맥점으로 백이 잡힌다. 12 다음 A와 B가 맞보기. 그렇다고 참고3도 역시 차마 택할 수 없다.

결국 152, 154로 귀를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157 한방이 아파도 어쩔 수 없는 일. 158로는 '가'로 젖히고 싶은데 좌상귀가 '전쟁 중'이어서 무리다. 159는 '나'의 단점을 간접 보강하는 수. 그러나저러나 좌상귀는 패싸움하던 모습 그대로 방치돼 있다. 아직 숨을 쉬고 있는 이 '휴화산(休火山)'은 언제쯤 다시 폭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