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포스’란 별명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제가 더 못났으면‘엄찌질’이 됐을지 또 알
아요?”엄태웅은“나중에 정말 성공하면 한량처럼 슬슬 구경 다니며 살고 싶다”고 했
다. 오종찬 기자 ojc@chosun.com
영화배우 송강호(42), 엄태웅(35), 하정우(31)의 공통점은 무얼까. 각종 연예 게시판을 조금 훑어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대답할 수도 있다. 외모를 보자면, '얼굴이 크다'고. 영화 '추격자'로 톱스타에 오른 하정우는 다른 배우 뒤에 서도 훨씬 얼굴이 커 보인다며 일명 '원근법 무시형'이란 별칭을 달고 다니고, 송강호 역시 비슷하다. 엄태웅은 아예 "나 얼굴 커서 고민이었어요"라고 나서서 말할 정도다. 하지만 진정한 공통점은 따로 있다. 오랜 무명을 거쳤다는 것과 대표적인 연기파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 엄태웅을 그들과 같은 '급'으로 둘 수 있느냐고? 물론이다.
드라마 '부활'과 '마왕'에서 강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던 엄태웅은 19일 개봉할 영화 '핸드폰'에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가 맡은 매니저 승민은 껄렁하고 안하무인 격이지만 자기 배우는 확실하게 챙기는 다혈질 캐릭터. 신인 배우 진아(이세나)의 야한 동영상이 담긴 휴대폰을 줍게 된 이규(박용우)의 의도를 오해하게 되면서 결국 이규와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 스크린을 꽉 채우는 에너지는 '엄포스'라는 별명이 허투루 붙은 게 아님을 증명한다. 1997년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해 거의 10년간이나 무명 생활을 해왔고, 데뷔 초 비슷한 이미지의 이선균에게 좋은 역할은 대부분 뺏겨버린 데다, 누나 엄정화의 명성 덕을 보는가 했으나 이마저도 큰 소득은 없었던 한(恨)을 제대로 푼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