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뜻밖의 끼움

 

 

〈제2보〉(20~37)=현대식 타이틀제를 처음 도입한 20세기 중반 일본에선 "나이 40 전의 명인이란 없다"고 했다. 인생의 원숙함이 가미돼야만 최고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런 일본조차 조치훈과 사카다(坂田榮男) 등 몇몇 예외를 빼면 대부분의 1인자가 20대 때 정상에 올랐었다. 요즘 한국의 현실은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 올해 만 34세가 되는 이창호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20에 붙여 25까지 귀를 챙기자 검토실에서 "너무 (실리를) 밝힌다"는 소리가 나온다. 참고1도처럼 단순히 1에 뛰고 7까지 수습하는 게 좋았다는 것. 흑도 25로는 참고2도가 바람직했다는 이견이 제시됐다. 이창호는 "백이 참고2도 2로 뛰어준다면 그렇게 두었을 것이다. 나는 참고3도처럼 변신해 오는 게 싫었다"고 했다.

32까지는 이런 정도. 백의 초반부터 바짝 실리를 땡기고 나오자 이창호도 고심을 거듭한다. 그리곤 뜻밖의 수가 터졌다. 뜸들이며 33, 35를 선수하더니 놀랍게도 37로 끼우고 나선 것. 선악을 떠나 '전혀 이창호답지 않은 수'다. 검토실이 소란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