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영화계 '오락성보다는 감동'

▶ UP - 이유 있는 오스카의 선택 '벤자민 버튼의…'

오스카의 힘과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만나 주말 극장가를 평정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가 주말 동안 39만여명을 동원하며 경쟁작 '작전'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작전'보다 100여개 가량 적은 스크린과 2시간 4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으로 상영 회차가 다른 영화에 비해 적었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역노화 현상을 다루는 독특한 구성과 브래드 피트의 호연 등을 통해 관객의 호평을 얻어 입소문을 탔고 오는 22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성까지 인정 받는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어 당분간 흥행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브래드 피트가 '세븐', '파이트 클럽'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벤자민 버튼…'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에서 모티브와 제목을 빌려온 영화다.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는 80세의 신체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역노화'라는 특이한 현상을 겪는 벤자민 역으로 80대부터 20대까지 나이 변화를 실감나게 연기했고 여주인공 케이트 블란쳇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거꾸로 세월을 살아야 하는 데이지 역을 맡아 브래드 피트 못지 않은 호연을 펼쳤다.

두 스타의 빛나는 연기를 뒷받침한 할리우드의 뛰어난 특수효과는 분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연령대별 모습을 구현해내며 영화의 사실성에 살아있는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다.
　
앞으로의 흥행세는 22일 열리는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골든글로브를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 숀펜이 열연한 '밀크' 등 경쟁작의 기세가 대단하지만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등 13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 되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오스카 수상의 영광을 통해 '벤자민 버튼…'이 흥행세에 가속도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 Down - 화제의 중심에서 밀려난 스릴러 '마린보이'

역시 '제2의 추격자'가 되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지난 2월 5일 개봉해 개봉 첫 주 23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마린보이'가 15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한 주 만에 박스오피스 5위로 급격히 내려 앉는 부진을 보였다.
　
지난주만 해도 '마린보이'는 바다를 통한 마약 밀매라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참신한 주제와 주연 배우들의 TV 출연 홍보, 경계할만한 경쟁작이 없었던 점 등의 호재를 통해 깜짝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롱런 가능성을 타진했었다. 하지만 '작전', '핸드폰' 등 어느새 인기 장르가 되버린 스릴러 편중 현상과 예상치 못한 ‘워낭소리’의 가파른 흥행세, ‘벤자민 버튼…’, ‘그는 당신에게…’등 헐리우드 대작들의 선전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대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버렸다. 개봉한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예매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현재로서는 손익분기점은 커녕 관객 100만 돌파도 힘겨워 보이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벤자민 버튼…'의 박스오피스 1위와 '워낭소리'의 관객 100만 돌파등의 소식을 접하면서 요즘 영화계 트렌드가 오락적 재미보다는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동이 우선시 되어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상업영화의 첫 번째 미덕은 재미이지만 최근 사회, 경제적 좋지 않은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