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 영남의산 | 백암산 | 경북 울진

경북 울진군 온정면의 백암산은 북면의 응봉산(998.5m)과 더불어 울진을 대표하는 산이다. 두 곳 모두 천혜의 온천을 안고 있어 온천산행이 제격이지만, 백암산은 1,000m가 넘는 고산으로 산 자체가 지닌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백암온천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백암온천 뒷산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겨울철 흰 눈을 덮어 쓴 내륙의 산들과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동해를 조망하는 운치가 각별하다. 특히 선시골(신선골)은 원시성을 간직한 용소를 비롯하여 수십 개의 소와 담으로 연결되어 있어 여름철 계곡 산행지로 좋다.  

백암산은 낙동정맥에 솟은 산이다. 산의 정수리를 비켜난 낙동정맥의 마루금이 울진군과 영양군을 동서로 나누는 군계를 이루며 남북으로 뻗어간다. 정맥의 주능선에서 살짝 비켜 있다고는 하지만 낙동정맥을 이루는 근간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동해안을 지나는 정맥의 지리적인 영향으로 백암산은 눈이 많다. 그래서 겨울 설경과 더불어 온천욕을 연계할 수 있는 대표적 온천산행지로 많은 산꾼들의 사랑을 받는다.

白巖山(백암산)의 한자를 훈으로 풀어보면 ‘흰 바위 산’이 된다. 이는 정상부 남동쪽 아래 사면의 바위지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회색의 이 바위벽이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고 밝말(밝은 마을)이란 영암(靈岩)의 뜻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이것이 변화돼 나중에 백암이 되었다고 추정한다. 이곳 사람들은 백암산을 할배(할아버지)산, 고모산성이 있는 백수산을 할매(할머니)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백암산은 일출산행지로서도 인기다. 산정에 올라보면 동쪽으로는 거치적거리는 장애물이 없어 동해를 뚫고 솟아오르는 일출의 장관을 맞을 수 있어 좋다. 특히 산 북서쪽은 험한 계곡과 능선으로 이뤄져 있으나 온천장이 있는 동쪽은 비교적 산세가 부드럽고 풍부한 수림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산행로는 온천단지를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형으로 발달돼 있다.

온천단지~정상~백암폭포~온천단지 원점회귀산행

산행은 온천단지에 있는 고려온천호텔 앞을 지나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태백온천모텔이 나온다. 이 모텔을 오른편에 두고 약간 경사진 오르막길로 올라서면 산행통제를 하는 화기보관소가 있다. 여기서 고개를 들면 백암산이 명산다운 풍모를 갖추고 우뚝 솟아 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부터다.

널따랗던 산길은 곧이어 좁다란 오솔길로 바뀌며 울창한 적송숲으로 이어진다. 특이한 것은 울진군청에서 세운 거리 표석이 모두 미터단위로 표기된 것이다. 타 지역에서는 주로 킬로미터로 표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표석과 갈림길마다 정상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30분이면 진지처럼 움푹 패인 곳을 지나 갈림길(정상 3.9km, 백암폭포 1km, 온천장 1.3km)을 만난다. 백암폭포와 우측 능선길로 나눠지는 이곳은 나중 하산길에 다시 만나게 된다. 갈림길에서 왼편의 폭포길을 버리고 오른편 길로 오른다. 다시 10분이 지날 즈음 119구조 3번 지점 팻말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길이 일시 나눠지지만 잠시 후 만나게 된다.

간간이 불어오는 골바람을 맞으며 왼편의 작은 지류를 건너 다른 능선으로 오르면 큼직한 묘가 있다. 천냥묘란 팻말이 있는 이 무덤에서 능선 왼편의 산사면을 따라 가로지르기를 시작한다. 능선과는 점차 멀어지면서 700m쯤 나아가면 표지석(정상 2,445m)이 선 곳에 갈림길(정상 2.4km, 흰바위 1.8km, 온천장 2.9km)을 만난다. 여기서 정상을 가리키는 오른편 산길로 올라야 한다.

여기서 주능선까지는 30여 분이 소요되는데 경사가 제법 심하다. 넓은 계곡과 맞닥뜨린 직후 다시 능선을 향해 갈짓자로 꺾기를 반복하며 급경사 지능선을 치오르면 비로소 갈림길(정상 1.2km, 한화콘도 3.6km, 온천장 4.1km)인 주능선에 이르게 된다. 잠시 등에 밴 땀을 식히며 수통의 물도 한 모금 마시면서 숨을 고른다. 능선에는 물도 없고 겨울철엔 바람이 심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복장을 점검하고 준비를 잘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능선을 따르게 되는데 간간이 흩날리는 눈보라에 설화를 구경할 수도 있다. 잎 떨어진 나목에 핀 백색의 눈꽃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5분쯤이면 오른편 선시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만나고 곧이어 헬기장을 지나 눈앞에 바라보이던 백암산 정수리에 올라서게 된다.

산정은 콘크리트로 덧칠된 넓은 헬기장으로 온정면청년회가 세운 오석의 표지석과 삼각점이 자리한다. 주변 조망은 거칠 것이 없다. 날씨만 좋다면 굽이치는 낙동정맥의 산릉으로 연결되는 칠보산을 비롯해 영양 일월산 등 울진·영덕·영양·안동 일원의 수많은 산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푸르다 못해 눈부시게 펼쳐지는 동해의 아득한 수평선은 답답한 가슴을 후련하게 해 줄 것이다.

정상에서의 하산로는 두 갈래다. 서쪽으로 하여 흰바위 위를 지나는 길과 곧장 남쪽 안부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두 곳 모두 눈이 많은 겨울철에는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우므로 추락에 조심해야 한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왼편으로 눈을 돌리면 흰 바위가 산 사면을 이루며 정상에서 수직 절벽을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경사가 가파른 바위지대를 벗어나면 안부에 이정표(정상 0.2km, 폭포 2.3km, 온천장 4.6km)가 서있다.

왼편 계곡길을 버리고 정동쪽으로 뻗은 능선길로 따르면 헬기장을 지나 허물어진 산성을 만난다. 신라 때 구대림, 황락 두 장군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백암산성이다. 신라의 왕이 왜란을 피해 머물렀으며, 고려 공민왕도 한 때 이곳에 머물며 난을 피했다고 전해진다.

최근 산악전문지나 일부 안내지도에는 이 백암산성의 본성과 외성을 분리해 백암산성과 고모산성(또는 할매산성)으로, 또 백암산성이 위치한 800m봉을 백수산으로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고모산성(姑母山城)은 조선 선조 30년(1597)에 평해군수 겸 조방장 윤열(尹悅)이 축조한 석성이다. 지금도 성지 내에는 성벽의 일부가 남아 있으며, 성터 내에는 와편이 발견된다. 더불어 할매산성이라 함은 곧 ‘할미 모(母)’자를 쓰는 고모산성과 같은 뜻이며, 이 산성이 위치한 산이 백수산(栢樹山)이기에 착오가 없어야 할 것이다.

고모산성의 위치에 대해 울진군지 상권에는 하조금 마을에서 서쪽으로 난 산로를 따라 석회석 광산에서 40여 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는 폭포가 있는 금곡이라는 계곡이 있고, 북서쪽으로 멀리 고모산성이 보인다. 이쯤에서 금곡을 건너 조금 가파른 산길로 30여 분 정도의 오르막길에 석성의 무너진 유지(遺址)가 있다. 이곳에서 정북쪽으로는 백암산성이 있고, 5도 정도 서쪽 방향에 백암산이 있으며, 서쪽에는 영양군 수비면 일대의 산악이 모두 조망되는 곳이다. 이처럼 하조금 마을에서 광산길을 거쳐 백수산(柏樹山)으로 들어가면 성 초입에 바로 문지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본다면 고모산성의 위치는 백암산 남쪽 690m봉 주변이 아닌가 여겨진다.

산성을 벗어나 100m쯤 내려가면 길은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여기서 백암폭포는 주능선을 버리고 왼편 길로 내려서야 한다. 계속 주능선을 따르면 양남이 마을로 연결된다. 15분쯤 후 안성이씨 묘소를 만나고 곧이어 표석 없는 묘지가 있다. 산길은 다시 나눠지지만 리본이 잔뜩 매달려 있는 묘지 왼편의 지능선을 한 번 넘는다. 폭포까지의 산길은 경사가 가파를 뿐 아니라 바위지대라 조심해야 한다. 물론 로프가 설치돼 있지만 겨울철 눈이라도 얼어붙으면 상당히 까다로운 길이다.

동해와 온천장 일대가 바라다보이는 바위 전망대를 내려서서 묘지 한 기를 지나 계곡으로 접어든다. 약 300m 정도 내려가면 왼편 계곡에 숨어 있는 백암폭포를 만난다. 약 40m의 이 폭포는 하얀 얼음벽을 이루며 겨울을 맞고 있다. 다시 산길은 폭포 아래 골짜기로 잠시 따르다가 왼편 계곡을 건너 하늘로 향해 쭉쭉 뻗은 적송숲으로 접어든다.

곧이어 정상으로 오를 때 헤어진 갈림길에 이른다. 여기서 화기보관소를 거쳐 온천장까지는 30분이면 닿는다.

국내 유일의 최강 방사능 알칼리성 유황온천으로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 등에 효험이 있다는 백암온천은 1979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시설을 잘 갖추었고, 1997년에는 관광특구로 지정되었다.

◆ 산행길잡이

선시골을 제외한 백암온천을 산행들머리로 하는 원점회귀 산행일 경우에는 어느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산행시간은 큰 차이가 없이 5시간 안팎이면 가능하다. 다만 눈이 많은 겨울철에는 산행을 일찍 시작하여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 교통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백암산을 찾으려면 동해안을 따라 나있는 7번 국도 상의 평해읍에서 온정리(백암온천)행 시외버스나 시내버스로 갈아타는 것이 편리하다. 특히 포항이나 울진을 경유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해야 하며, 평해에서 온정리(백암온천)까지는 수시로 버스가 운행되며 20분 정도 걸린다. 백암온천에서 평해읍까지 나가는 버스도 많다. 산행 시작 전에 미리 버스시간표를 확인하여 착오 없도록 해야 한다.

서울→온정  동서울종합터미널(ARS 02-1688-5979)에서 1일 6회(07:30~17:00) 운행.

부산→평해  노포동 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1일 16회(05:56~17:29) 운행하는 동해안(강릉·속초 방면) 일반직행버스를 이용, 평해에서 내려 온정리행 버스로 갈아탄다.

포항→평해  시외버스터미널(ARS 054-274-2313)에서 15~20분 간격(05:25~21:30)으로  운행하는 평해 또는 울진행 버스 이용, 평해에서 하차, 온정리행으로 갈아탄다.

평해→온정리  버스정류장(054-787-5703)에서 30~40분 간격(06:15~20:30) 운행.

◆ 숙식 (지역번호 051)

백암산 기슭의 온천단지에는 여관, 모텔, 호텔 등이 다양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실제 온천수를 쓰는 업소는 많지 않다. 백암관광호텔(787-3500), 성류파크호텔(787-3711), 스프링스호텔(787-3771), 피닉스(787-3044), 고려온천호텔(787-3191), 한화콘도(787-7001), 태백장모텔(787-3881) 등 대형업소들로 숙박은 물론 대중탕을 갖추고 있다.

온천단지 내에는 식당도 많지만 성류민속촌식당(549-7755)의 토종 콩을 쓴 멧돌두부와 집된장이 인기다. 산채정식과 찌개류도 먹을 만하다. 흰바위가든(787-3400)의 푸짐한 해물요리도 꽤 알려져 있다.


필자 프로필_ 황계복
88년 눔부르봉(6,954m) 등반, 98년 낙남정맥, 2001년 낙동정맥, 2002년 백두대간, 2004년 낙남정맥 완주. 91년 부산시산악연맹 우수 산악인상 수상, 99~2003년 석봉산악회 회장 역임. 현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저서 <영남알프스>.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