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결승 1국 … 구리 9단, 이세돌 9단 꺾어

‘세기의 대결’ 첫 판 승리는 구리(古力)에게 돌아갔다.

23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에서 시작된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사 주최)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구리 九단은 상중앙 전투에서 기선을 잡은 뒤 상대 허점을 예리하게 추궁, 끝까지 승리를 지켜냈다. 상대인 이세돌 九단은 좌변을 챙기면서 특유의 흔들기 수법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하변 백이 잡히면서 돌을 거뒀다. 163수 끝 흑 불계승.

26세 동갑 라이벌이자 한-중 랭킹 1위, 현역 세계 3관왕끼리의 격돌로 관심을 모은 이날 대결의 패배로 이 九단은 일찌감치 막판에 몰리게 됐다.

반면 구리 九단은 농심배 국가대항전서 이 九단에게 패한 이후 나흘 만에 설욕에 성공하면서 양자간 통산전적을 8승 8패 동률로 만들었다. 우승상금 2억 5000만 원이 걸린 이번 결승전 제2국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세계 바둑사상 최초의 빅 매치’로 불리는 이번 대회 결승 1국은 예상 외의 단명국이었다. 163수, 오후 3시 40분에 종료됐다. 그러나 대국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 엄청난 난타전이었다. 세계 1인자를 향한 야심과 라이벌 의식, 화끈한 기풍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결승엔 한-중 바둑계의 보도진 20여명이 열띤 취재경쟁을 펼쳐 양국 바둑계의 집중 관심을 반영했다. 중국에서 대거 6명의 기자가 건너온 것은 국제 바둑대회 사상 유례가 드문 일이다. 북경 체단주보(體壇周報) 시에루이(謝銳) 기자를 비롯해 상해TV, 상해 동방체육일보, 중경상보(重慶商報) 등에서 기자를 파견했다.

조선닷컴에선 국내 종합 뉴스 인터넷사이트 사상 처음으로 국제바둑대회 결승을 실황 생중계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인터넷 바둑전문 사이트들도 각종 신기록을 작성했다. 사이버오로 김경동 팀장은 “평소 국제대회 접속자의 약 2배 수준”이라고 했고, 타이젬 정연주 기자는 “이번 결승전에 대비해 서버를 증설하지 않았으면 난감할 뻔 했다”고 전했다.

사상 최초의 국제대회 사찰 결승전을 유치한 백담사 측의 준비상황도 완벽했다. 한 달 전부터 인터넷과 전화선을 끌어오고 신선한 식자재를 미리 주문했다. 두 곳에 식당에는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전담 보살’들까지 배치했다.

현지 날씨는 언제 눈이 내렸느냐 싶게 활짝 갰고 기온도 올라갔다. 오후에는 적막한 사찰 건물 곳곳 처마 끝에서 낙숫물이 떨어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취재진들은 대국장인 선방(禪房) 무설전(無說殿)의 안온한 분위기를 극찬했다.

이날 아침 백담사 산정에 5㎝ 가량의 눈이 내리자 사찰 측은 사륜 구동차와 체인을 감은 승용차 6대를 동원, 30명에 달하는 대회 관계자들을 실어 날랐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트랙터까지 준비했다. 사찰 관계자들은 “조계종 3교구 회주(會主) 무산(霧山)스님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세돌은 사정에 의해 대국 당일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숙소인 만해마을에 도착했다. “어차피 대국 전야엔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여유있게 출발했다”는 게 함께 온 친형 이상훈 7단의 얘기다. 이상훈 7단은 동생의 바둑을 1시간쯤 지켜보다가 자신의 대국 스케줄(비시카드배) 때문에 상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