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일(日)영화… 외국어영화상·단편애니상 수상

오스카를 한꺼번에 두개나 거머쥔 일본 영화의 힘은 무엇일까. 22일(현지 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본 영화가 2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일본 영화의 '아카데미 비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날 일본 영화 '굿바이'가 외국어영화상을, 12분짜리 애니메이션 '작은 사각의 집'이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일본 언론은 이번 결과를 '쾌거'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과 아카데미의 관계는 50여년 역사를 갖고 있다. 이미 외국어영화상의 전신인 '특별상'을 1951년 '라쇼몽'으로 받았고, 2002년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는 등 일본은 그간 아카데미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장의사가 된 첼리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굿바이'는 일본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을 휩쓸고 400억원 이상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낸 작품이다. 관객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은 셈이다. 반면 한국은 1991년 신상옥 감독의 '마유미'를 필두로 꾸준히 출품했으나 단 한번 후보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올 출품작인 '크로싱'도 마찬가지.

이번 아카데미의 낭보는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일본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며, 새로운 힘으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작년 10월 말 기준으로 일본에서 30억엔 이상 흥행 수입을 올린 영화 15편 중 일본 영화는 10편이나 된다. 흥행 톱 10 중 외화는 2편밖에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흥행 톱 10에 꼽힌 한국 영화는 4편에 불과했다. 미디어플렉스 안정원 해외사업팀장은 "워낙 기반이 튼튼했던 일본 영화산업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카데미 수상이 일본 영화계를 더 북돋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선 아카데미의 '구미'에 맞는 작품을 출품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철저히 아카데미가 원하는 영화, 즉 미국 내 메이저 배급사와 계약한 영화에 우선 출품자격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스폰지ENT 조성규 대표는 "미국의 유력 배급사가 고른 영화를 출품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것"이라며 "과거 김기덕 감독의 '빈 집' 출품 결정을 뒤집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출품된 것이 아카데미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경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