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친 '라이벌 혈투'

'세계 바둑 사상 최대 빅 매치'답게 박진감 넘치는 한판이었다. 첫판은 구리의 흑 불계승으로 끝났으나 진행 상황은 숨돌릴 틈 없는 난전의 연속이었다. 세계 1인자를 다투는 라이벌의 혈투로 밤새 백담사를 덮었던 눈도 낮 무렵엔 낙숫물이 돼 대웅전 처마 끝에서 대롱거렸다.

이번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3번기는 여러 측면에서 새 기록을 세웠다. 국제 바둑대회 결승전이 사찰에서 거행된 것부터가 처음이다. 현역 세계 3관왕끼리의 첫 결승 맞대결 취재를 위해 한·중 보도진 20여명이 대거 현장을 찾았다. 중국에서 6명의 기자가 건너온 것은 국제 바둑대회 사상 유례가 드문 일이다. 북경 체단주보(體壇周報)를 비롯해 상해TV·상해 동방체육일보·중경상보(重慶商報) 등에서 대거 기자를 파견했다.

또 조선닷컴에선 국내 종합 뉴스포털 사상 처음으로 국제바둑대회 결승을 실황 생중계, 큰 호응을 받았다. 인터넷 바둑 전문 사이트들도 각종 신기록을 작성했다. 사이버오로 김경동 팀장은 "접속자 수가 평소의 약 2배"라고 했고, 타이젬 정연주 기자는 "이번 결승전에 대비해 서버를 증설하지 않았더라면 난감할 뻔했다"고 전했다.

결승 2국 전망은 쉽지 않다. 구리는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은 모습이다. 1국 승리로 심리적으로도 여유를 갖게 됐다. 이세돌은 대회 시작 전 "같은 1대1이 되더라도 첫판 승자가 유리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결승전 개막에 앞서 "왠지 내가 질 것 같다"고 했던 발언도 불안감을 던져준다.

하지만 이세돌은 항상 큰 승부의 마지막 고비에서 강했다. 위기에 빠졌을수록 믿을 수 없는 괴력으로 극적 결말을 이끌어내곤 했다. 수읽기 등 기량 자체에서도 이세돌은 역전승이 가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프로기사들의 평가다. 많은 전문가들이 결승에 돌입하기 전 "구리가 첫판을 이기면 5대5 승부"라고 진단했었다. 이세돌이 선호하는 흑으로 진행되는 2국(25일)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