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백(白)의 헛스윙

〈제4보〉(49~62)=영원히 정상에 머물 것 같던 이창호가 이세돌에게 톱 랭커 자리를 내준 지도 벌써 16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이창호는 이세돌만 만나면 힘을 발휘해 통산 29승20패로 앞서 있다. 이세돌이 "일인자는 이창호 사범님"이라고 꼬리를 내리는 이유다. 승부세계의 오묘한 역학관계가 앞으로 또 어떤 조화(造化) 속에 새 질서로 이어질지 흥미진진하다.

49로 젖히자 백은 고심 끝에 50으로 역주행(逆走行)한다. 50으로 51에 뻗으면 흑은 50, 백 '가'로 임시변통한 뒤 선수를 뽑을 공산이 높다. 만약 흑이 '나'쯤으로 파고들면 한순간에 실리 균형이 무너진다. 흑도 이제 와서 51, 53은 당연한 보강. 이때 끊어간 54가 백이 범한 이 바둑 첫 의문수였다.

54로는 참고1도 1 이하 7까지의 공격이 위협적이었다. 55를 불러선 오히려 흑을 안정시켜준 꼴. 아무튼 58과 59는 맞보기성 큰 곳인데, 여기서 또다시 60이 경솔했다. 당연히 참고2도 4까지 응수시킨 뒤 5로 이을 장면. 이창호도 국후 "61에 손을 돌려선 유리해졌다고 느꼈다"고 술회했다. 백은 62의 상용수법으로 응수를 물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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