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쾌조(快調)

〈제5보〉(62~72)=구리(26)는 최근 발표된 중국랭킹서도 1위를 고수, 2003년 4월 이후 만 6년간 아성을 지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공개된 총 18회의 랭킹 중 16회를 석권한 것. 중국은 매 4개월마다 연간 3회씩 새 순위를 발표한다. 한때 경솔함이란 약점 때문에 실력보다 저평가됐던 그는 2002년 6위, 4위, 3위로 상승하면서 특유의 '덜컥수'도 봄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요즘엔 노련미를 넘어 대가의 풍모까지 엿보인다.

64는 팽창하는 우하귀 흑진에 대한 시급한 삭감. 이때 놓인 65가 심판대에 올랐다. 참고1도 1, 3으로 갈라쳐 강력히 싸워야 했다는 것. 실전 66의 한 칸 뜀이 너무도 찬란한 빛을 뿜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67때 68의 붙임이 또한 임기(臨機)의 호착이었다(그냥 '가'로 이으면 흑이 '나'로 보강한 뒤 '다'로 건너 붙여 끊는 수를 노린다).

70도 침착한 수. 참고2도 1의 2단젖힘이 맥점으로 보이지만 12까지의 교환은 흑이 대환영이다. '13억 인구'와 '최고 바둑인기 국가'를 자랑하는 중국의 일인자답게 구리의 운석이 쾌조를 계속하고 있다. 72로 끼워왔을 때 흑은 '나'와 '라'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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