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반격이냐, 구리(古力)의 완봉 우승이냐. 현역 세계 3관왕 두 기사가 또 다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2국이 오전 10시 시작됐다. 대국장은 1국 때와 마찬가지로 강원도 인제군 소재 백담사 내 무산장실(霧山長室)이다.
이틀 전 1국 때와는 반대로 이세돌 9단이 흑을, 구리 9단이 백을 쥐었다. 이세돌은 6집 반의 덤을 내고서라도 흑 쪽을 더 선호한다. 첫 판 때는 상대가 가진 선착(先着)의 잇점을 견제하지 못하고 끌려갔으나 흑을 잡은 2국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3일 1국이 종료된 후 두 기사의 행보는 크게 대조를 보였다. 활달한 성격의 구리는 이번 대회 숙소인 만해마을 이곳 저곳을 부지런히 옮겨 다니는 등 분방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원정에 동행한 어머니(장중쉰·張中遜·54)와 항상 함께 움직였다. 이들 모자(母子)는 동행한 중국 관계자들과 함께 속초까지 ‘생필품 쇼핑’도 다녀왔다.
반면 이세돌은 첫 판 패배 이후 만 하루 동안 두문불출했다.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식당에조차 내려오지 않아 주최측 관계자들이 방으로 식사를 들여보내곤 했다. 하지만 2국이 벌어지는 25일엔 평정심을 다소 회복한 듯 밝은 표정으로 대국장에 도착했다.
이세돌은 과연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지에 내려와 있는 바둑계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가능성은 아직 반반”이라는 쪽이다. 구리에 비해 1승 더 많은 2승을 올려야 할 입장이지만, 그걸 감안해서 50%의 승률을 내다본다는 것. 이세돌의 승부사적 기질이 되살아난다면 2국의 승자가 결국 우승의 열쇠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세돌이 역전 우승을 이룰 경우 LG배에선 2연속 우승 포함 통산 3회째 우승이 된다. 국제대회 제패 회수도 13개로 늘어난다. 현역 세계 3관왕(LG배·삼성화재배·TV아시아선수권) 자리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국내 대회를 포함하면 31번째 우승이 된다.
반대로 구리가 오늘도 승리한다면 많은 ‘훈장’이 뒤따른다. 세계대회 4관왕(도요타덴소배·춘란배·후지쓰배·LG배)으로 올라서고 통산 5번째 세계 타이틀을 품에 안게 된다. 5차례의 세계대회 결승전서 모두 승리하는 ‘결승전 승률 100%’도 고수할 수 있다. 구리는 2006년 제10회 LG배를 통해 첫 세계제패의 꿈을 이뤘었다.
결승 1국 종료시점에서 두 기사는 똑같이 8승8패의 역대 상대전적을 갖고 있다. 힘의 균형은 아직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 점에서도 오늘의 2국 결과는 중요하다. 앞으로 둘 중 누구에게 더 확 트인 길이 열리느냐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백담사 현지 날씨는 1국 때와 달리 쾌청하다. 바람도 잦아들어 평온하고 쾌적한 봄 날씨다. 이에 호응하듯 바둑도 초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0시 20분 현재 우상귀 정석이 마무리된 후 구리가 흑의 우하귀 굳힘에 붙여 응수를 타진한 상황이다.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LG배 세계기왕전은 우승상금 2억 5000만 원으로 연례 국제대회론 최다 상금을 자랑한다. 제한시간도 1인당 3시간으로 정통적 방식이다. 오늘 2국도 1국에 이어 조선닷컴을 통해 실황을 중계하고 있다. 대국 결과는 오후 5시를 전후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