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바둑 통합 챔프’의 영광은 중국 구리(古力) 9단에게 돌아갔다. 25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에서 벌어진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구리는 한국 이세돌 9단을 172수 만에 백 불계로 제압, 2대0의 스코어로 우승 컵을 안았다.
이날 구리는 선(先) 실리, 후(後) 타개 전법으로 나왔고 이세돌은 상변의 큰 모양으로 응수했다. 오전 대국까지의 형세는 팽팽하지만 흑을 쥔 이세돌이 우세하다는 중론이었으나 오후 재개 후 이세돌이 갑자기 칼을 빼 들었다. 백의 거대한 대마 사냥에 나선 것. 하지만 구리는 이곳 저곳에서 교묘한 수순으로 대마를 살렸고, 상변서도 멋진 수를 내자 이세돌이 돌을 거두었다.
구리는 이로써 세계대회 4관왕(도요타덴소배·춘란배·후지쓰배·LG배)으로 올라섰다. 올 들어서만 도요타덴소 배에 이어 2개 기전서 우승했다. 또 세계대회 결승에 5회 올라 5회 모두 성공하는 ‘결승 승률 100%’ 신화를 이어나갔다. 국내 타이틀 5개를 보태 현역 9관왕이 됐다. LG배 우승은 2006년 제10회 LG배 이어 2번째. 구리는 2006년 10회 LG배서 사상 첫 세계제패를 이룬 바 있어 개인적으로 행운의 기전으로 자리잡았다.
구리는 우승이 확정된 후 “뛰어난 상대를 이기고 우승해 행복하다. 어머니가 함께 오셔서 큰 힘이 됐다.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반면 이세돌은 국내 기전 2개 포함 4관왕으로 전락했다. 13번째 세계타이틀을 추가하려던 야심도 물거품이 됐다. 이세돌이 국제대회 결승서 외국 기사에게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 간 성적에서도 구리가 9승 8패(공식전 6승 4패)로 앞서기 시작했다.
이날 승부 결과 한국은 삼성화재배·TV아시아(이상 이세돌) 중환배(이창호) 농심배(단체전) 등 4개, 중국은 LG배·도요타덴소배·춘란배·후지쓰배(이상 구리) 잉씨배(창하오) 등 5개 기전을 장악하게 됐다. 하지만 내달 초 벌어질 제6회 잉씨배 결승전이 이창호와 최철한 등 한국기사 간에 벌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한·중 간 패권싸움은 여전히 백중하다.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LG배 세계기왕전은 우승상금 2억 5000만 원으로 연례 국제대회론 최다 상금을 자랑한다. 제한시간도 1인당 3시간으로 정통적 방식이다. 이날 2국도 1국에 이어 조선닷컴이 실황을 중계했다. 대회 시상식은 27일 오전 11시 조선일보사 접견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