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을 제패한 구리는 83년 충칭(重慶)에서 태어났다. 1995년 12세 때 입단한 직후 국가소년팀에 선발되는 등 일찌감치 천재로 촉망받았다. 2001년 제8회 신인왕전을 첫 우승무대 삼아 이번 LG배까지 총 30개의 우승컵을 모았다. 2006년 9단에 올랐다.
2003년 12월 31일 발표된 중국랭킹서 처음 1위에 오른 뒤. 2008년 12월 31일까지 6년 간 18회 중 16회에 걸쳐 톱 랭커를 유지한 중국 바둑의 간판이다. 스포츠(특히 축구)광이며 인터넷 서핑과 노래 부르기 즐긴다.
구리는 능기(能技)인 중반 전투 외에도 포석감각 또한 1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결승을 앞두고 중국기원 배려로 2월 4일부터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집체(集體)방식이어서 동료기사들의 중지(衆智)를 모을 수 있다. 이세돌 바둑을 샅샅이 연구한 것이다. 끝내기가 유일한 약점으로 지목됐으나 작년 11월 LG배 준결서 이창호를 끝내기에서 뒤집는 등 이 부분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이다.
구리 바둑의 최대 강점은 심리적 복원력에 있다. 그는 LG배 결승 개막 4일 전 거행됐던 제10회 농심배 최종전서 이세돌에 패했다. 우세한 바둑 뒤집힌 뒤 “나는 너무도 어리석다” 크게 자책했다. 이 때문에 이번 LG배 결승은 힘들 것이란 예상 많았는데 바로 회복했다. 대회 기간 동안 모친, 동료들과 쾌활하게 어울리는 여유가 대 반전을 가져다 주었다.
구리는 여섯 살 때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처음 배웠다. 부친은 구리가 6살 되던 해 그를 충칭기원으로 보냈으며, 아들이 출전하는 대회마다 따라다니며 보살폈다. 그 아버지가 2007년 5월 뇌출혈로 갑자기 타계하면서 구리는 한때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다.
작년 여름 후지쓰배서 우승한 뒤 구리는 귀국하는 길로 부친 묘소를 참배, 이세돌 및 이창호를 꺾은 기보를 펼쳐 제단 위에 놓고 울먹였다는 일화가 있다. 구리의 어머니 장중쉰(張中遜·54)은 남편 타계 후 외아들 구리의 대국장을 찾는다. 이번에도 함께 내한, 시종 아들과 손을 붙잡고 다녔다. 구리는 대회기간 동안 내내 어머니를 보살폈다. 극진한 효심이 좋은 결과로 연결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