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와 이세돌, 엇갈린 명암"오후 대국에 들어가 130번째 수를 놓으면서 승리를 예감했다. 아직 내가 1인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더욱 노력하겠다."구리의 우승 소감이다. 1983년 충칭(重慶) 태생인 그는 부친으로부터 6살 때 바둑을 배워 95년 12세 때 입단했다. 2001년 제8회 신인왕전을 출발점으로 이번 LG배까지 총 30회에 걸쳐 우승했다. 2년 전 부친의 갑작스러운 타계 후 한때 심각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2003년 말 중국 랭킹서 처음 1위에 오른 뒤 2008년 말까지 6년간 18회 중 16회에 걸쳐 톱 랭커를 유지 중이다. 축구와 인터넷 서핑, 노래 부르기를 즐긴다.중반 전투에 강하며 포석 감각 또한 1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결승을 앞두고 중국기원 배려로 2월 4일부터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 바둑의 최대 강점은 심리적 복원력에 있다. 그는 LG배 결승 개막 4일 전 제10회 농심배 최종전서 이세돌에 우세한 바둑을 역전패, 전문가들이 열세를 예상했으나 보란 듯 LG배를 제패했다. 이번 대회에 동행한 모친 장중쉰(張中遜·54)씨를 극진히 보살펴 눈길을 끌기도 했다.이세돌의 이번 패배는 심리 조절 싸움에서 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회 시작 전에 했던 "패하는 쪽의 상처가 5년은 갈 것"이란 발언이 그의 과도한 부담감을 말해준다. 하지만 준우승이 결정된 후 그는 패배를 아쉬워하기보다 승부처의 수(手)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표정도 밝았다. 구리가 우승 회견 때 말했듯 둘 간의 승부는 이제부터다.
25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에서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전 2국에서 이세돌 九단
(왼쪽)과 중국의 구리 九단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