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놓친 대세점(大勢點)

〈제8보〉(101~112)=구리는 효심 깊은 청년이다. 2007년 봄 부친의 갑작스러운 타계 때 눈물을 삼키며 이런 말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기차 타고 대국장으로 가며 대화를 나누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은혜에 보답도 못했는데 돌아가셨다." 구리는 그 후 후지쓰배를 제패했을 때 귀국길에 아버지 묘소로 직행, 결승전 기보(棋譜)를 펴놓고 우승 보고를 드렸다. 요즘 보기 드물게 순수한 성정(性情)을 지닌 청년으로 보인다.

흑의 소비시간이 월등하게 많은 진행. 101, 103 두 수를 놓는 데 다시 14분이나 썼다. 하지만 103은 문제수. 부분적으론 백 '가'를 예방하면서 110자리 젖힘을 보는 호처이긴 한데 지금은 참고도 1이 다목적 대세점이었다. 1이 놓인 뒤 A면 정말 상변이 커진다. 포위된 백은 B 자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고, 흑은 백 C의 차단 부담이 크게 완화된다.

104, 106이 오니 거꾸로 좌중앙 백이 큰소리치게 돼 107쪽 이음이 급해졌다. 결국 110, 112를 백이 차지해 좌변 흑이 봉쇄된 것도 찜찜하다. 이것으로 바둑은 극히 미세해진 국면. 검토실 한구석에서 '반 집'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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