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추임새

〈제9보〉(113~127)=이창호는 아직 30대 중반에 불과하지만 벌써 기사생활 24년째를 맞는다. 89년 제8회 바둑왕전을 신호탄으로 지금까지 20년 동안 건져 올린 타이틀 총수는 모두 136개. 연간 평균 7회씩 우승해온 셈이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엄청난 독점이었다. 조훈현의 경우 74년 첫 정상을 밟은 뒤 지금까지 157개, 이세돌은 2000년 타이틀 수집을 시작한 이후 총 30개의 우승컵을 각각 챙겼다.

백이 △로 밀고 들어간 장면. 이 부근 전투에서 백은 몇 발 앞서가고 흑은 실점(失點)한다. 우선 113은 먼저 116에 두어 백 '가'와 교환 후 둘 자리. 114에서부터 구리의 현란한 춤사위가 펼쳐진다. 120까지의 멋진 수순을 음미해 보시도록. 게다가 흑이 또 한번 121이란 실착으로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참고도로 눈을 돌려 보자. 백 □의 준동을 겁낼 게 아니라 1 이하 11까지 당당하게 끝내기에 임했더라면 아직도 흑이 괜찮은 형세였다는 것. 실전은 121로 인해 백이 선수로 두텁게 빵따낸 뒤 126으로 잡아 한숨을 돌렸다. 흑으로선 뭔가 한 박자씩 어긋나면서 결정타가 자꾸 빗나가는 안타까운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