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구리의 특강

〈제11보〉(139~155)=이번 대회 16강전 종료 후 인터넷 기자가 구리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물었다. "다음 상대로 누구와 가장 만나고 싶으냐?" 구리는 우선 한상훈을 꼽고 나서 이창호 이세돌 2명을 추가했다. 한상훈은 전년도 제12회 대회 때 초단 신분으로 1회전서 구리를 만나 대패를 안겨주었던 기사다. 한상훈과의 재회는 무산됐지만 이창호와 준결승을, 이세돌과 결승을 두었으니 승패를 떠나서 환상적 대진이었던 셈.

139 자리를 뚫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139의 응수가 최선이었을까. 구리는 국 후 검토에서 참고도 1로 받아야 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것이라면 이곳 흑집은 5.5집 정도. 실전은 4집이 났다. 게다가 152가 놓임으로써 '가'의 치중수까지 남게 됐다. 흑의 유일한 위안은 선수(先手)를 챙겼다는 것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139로는 참고도 1이 정수란 결론이었다.

구리는 원래 끝내기가 초·중반에 비해 다소 약한 기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종반의 화신'으로 통하는 이창호를 상대로 끝내기 강의(?)를 하는 듯한 모습은 이채로웠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버텨볼 만한 바둑이었는데 여기서 흑이 결정적 패착을 터뜨린다. 선수 권리를 행사해 간 155가 문제의 한 수. '죄과'는 다음 보에서 분석해 보자. (154…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