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저무는 국세(局勢)

〈제12보〉(155~167)=세계타이틀 최다 동시 제패기사는 이세돌도, 구리도 아닌 이창호다. 그는 2004년 4월 1일 제8회 LG배 우승으로 무려 5관왕(춘란·도요타덴소·TV아시아·잉씨배 포함)에 올랐었다. 한 달여 뒤 TV아시아 새 우승컵이 중국 위빈(兪斌)에게 넘어가 4관으로 줄긴 했지만, 잠시 동안이나마 5관을 누려보았던 기사는 이창호가 유일하다.

155가 패착 혐의를 뒤집어썼다. 참고1도 1 이하 9까지 버텼더라면 아직도 승패를 단정할 수 없었다는 얘기. 무조건 선수(先手)라고 봤던 건데 받지 않고 156, 158로 변신해 버리니 헛짚은 꼴이 됐다. 게다가 158이 놓이자 좌중앙 흑의 삶에 또 신경이 쓰인다.

161로 빠질 때 162로 돌파하면서 중앙은 백이 오히려 두터워졌다. 기왕 이렇게 될 바엔 161로는 참고2도처럼 버틸 장면. '신산(神算)'도 초읽기 속에선 '계산서'가 안 나오는 모양이다. 167로 젖혀 흑은 피로에 지친 군대처럼 마지막 행군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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